라이트헤비급서 은메달 차지
"힘들 때 어머니 생각해 버텨"

제100회 전국체전 남자대학부 복싱. 스포트라이트는 플라이급에서 2연패를 달성한 마산대 복싱부 이희섭(레저과 2)에게 집중됐으나 이희섭 못지않게 매서운 주먹을 선보이며 미래를 밝힌 선수가 있다.

마산대 복싱부 이삭(레저과 1)이다. 이삭은 이번 체전 라이트헤비급에서 은메달을 땄다. 경기를 치르면서 생긴 손 부상과 목 담 증세로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으나, 대학에 올라와 처음으로 맛본 전국체전 메달은 색깔에 관계없이 빛났다.

이삭은 라이트헤비급 선수치곤 키가 작은 편이다. 180㎝의 대다수 선수와 달리 이삭 키는 173㎝이다. 자연히 불리한 면도 많다. 상대 선수 어깨 등에 머리 부위가 많이 부딪혀 얼굴이 자주 상하고 리치가 짧다 보니 간격 유지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신장보다 몸무게(81㎏)가 많이 나가다 보니 하체가 버텨주지 못하는 일도 잦다. 이 때문에 발목 부상을 안고 사는 그다.

그럼에도 이삭은 쉽게 주눅이 들지 않았다. 체급 대비 빠른 발을 앞세워 단점을 극복해 나갔고, 치고 빠지는 스타일로 승리를 챙겼다.

이삭은 "고등학교 때 부상을 한 번 당하고 나서 몸무게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대학교 들어와서 감독님 권유로 81㎏까지 체중을 줄이고 라이트헤비급에 출전하게 됐다"며 "키가 작은 만큼 민첩성은 자신 있었다. 더 많이, 빠르게 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제100회 전국체전 남자대학부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은메달을 딴 마산대 복싱부 이삭(맨 오른쪽)과 복싱부 동료들.  /이삭
▲ 제100회 전국체전 남자대학부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 은메달을 딴 마산대 복싱부 이삭(맨 오른쪽)과 복싱부 동료들. /이삭

이삭 승리 비결은 또 있다. 복싱에 입문한 계기와 맞닿아 있는 부모님의 존재다.

이삭은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이 보여준 다큐멘터리를 보고 복싱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다큐멘터리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어머니의 헌신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신종훈(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복싱 금메달리스트)을 다뤘는데, 그 처지는 이삭과 똑 닮아 있었다.

이삭은 "집안 사정이 정말 비슷했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좋은 복싱 선수가 돼 집안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동안 '복싱을 괜히 했다'는 후회를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며 버텼다.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 기뻐하는 어머니 모습 덕분에 복싱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체전에서도 이삭은 지난 다짐을 되새겼다. 평소 '맞는 게 싫다'는 이삭은 '안 다치려는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덕분에 상대 주먹을 한 번이라도 더 피하며 빈틈을 노릴 수 있었다.

이삭은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우리 가족의 것이라 생각한다"며 "마산대 복싱부 주장 희섭이 형이 '체전은 변수가 많으니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라는 조언도 해 줬는데, 그 말 역시 잊지 않고 링에 올랐다. 전국체전 메달은 천운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머니와 동료, 감독님 덕분에 그 운이 내게 온 듯하다"고 밝혔다.

오는 겨울 마산대에서 훈련을 이어나갈 이삭은 거창하진 않지만 확실한 내년 목표도 세웠다.

이삭은 "내년, 성과 내기에 얽매이기보단 멍 두 개 생길 거, 하나만 들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르겠다"며 "부모님이 준 선물, 잘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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