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원경고, 숲밭 조성·통합교과 운영해 환경교육 앞장
구성원 만족도 높고 친환경 일상화…내년 환경교사 채용

스웨덴 출신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툰베리는 올해 노벨평화상 유력한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크게 알렸다. 하지만,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위태롭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을 위한 개인의 실천은 쉽지 않다. 전 세계와 사회에서 손 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학교에서도 환경을 위한 모색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부터 학교 환경 교육 활성화를 위해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꿈꾸는 환경학교'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꿈꾸는 환경학교'는 전국 5개 학교가 지정됐고, 이 중 경남에서는 합천 원경고가 포함됐다. 환경을 고민하는 학생, 교사들을 지난 11일 원경고에서 만났다.

◇생태 숲밭 조성 = 원경고는 지난 9월 23·24일 기존 학교 텃밭을 자연 순환 생태 텃밭으로 가꾸고자 '숲밭학교캠프'를 열었다.

전 세계가 함께하는 멸종저항 행동 기간(9월 20∼27일)을 맞아 전교생이 기후 위기와 멸종에 저항하는 행동으로 숲밭을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나무를 심었다.

유희정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대표, 이태옥 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등 숲밭학교 전문가 지도로 숲밭 디자인, 지구 미래를 위한 제안 등 모둠활동을 했다.

학교 텃밭 약 660㎡(200평)에 국제적인 멸종저항행동 상징 도안을 그리고, 길을 내고 밭을 만들었다. 작은 숲밭 7개를 만들어 자두, 호두, 체리, 사과, 배 등 유실수와 각종 허브, 약초, 다년생 화초들을 심어서 생태 숲밭을 완성했다.

▲ 지난달 열린 합천 원경고 '숲밭학교캠프' 모습. 학생들이 기존 학교 텃밭을 자연 순환 생태 텃밭으로 가꾸고 있다. /합천 원경고
▲ 지난달 열린 합천 원경고 '숲밭학교캠프' 모습. 학생들이 기존 학교 텃밭을 자연 순환 생태 텃밭으로 가꾸고 있다. /합천 원경고

◇전 수업에 환경 통합교과 운영 = 학생들은 숲밭 학교 이전에 학교 인근 우포늪을 거닐며 생태환경에 관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전 교과에서 환경 교육이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통합교과운영 프로젝트 수업도 해왔다.

정일관 원경고 교장은 "2015년부터 환경 교육을 특성화과목으로 해서 학년 상관없이 학생들이 환경 교과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우포늪 탐방과 우포 환경지킴이 활동을 하는 '생태와 환경' 과목, 학교 텃밭 가꾸기를 하는 '텃밭 가꾸기' 과목, 헌옷 리폼, 폐현수막 만들기 등의 '옷 만들기' 과목, 학년별 환경 주제 집중 탐구 통합교과 등을 진행했다.

여름방학 이후 3주간 생태환경 통합교육 주간에는 영어 시간에 생태환경 관련 지문을 공부하고, 수학시간에 생태지도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생태환경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했다. 학년별로 주제를 정해서 1학년은 '습지', 2학년은 '기후변화', 3학년은 '탈핵'을 주제로 해서 주제별 학습을 하게 했다.

기후변화에 경각심을 갖고자 9월 22일 '에너지의 날'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5분간 등 끄기 운동도 했다.

또, 매월 1회 적중면사무소 부근에 친환경 대안장터 '적중 느림장'을 개장해 좌판에서 학생들이 만든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합천 원경고 강민제(왼쪽), 박현민 학생이 각자 조별로 만든 숲밭에 심은 나무를 보고 있다. /우귀화 기자
▲ 합천 원경고 강민제(왼쪽), 박현민 학생이 각자 조별로 만든 숲밭에 심은 나무를 보고 있다. /우귀화 기자

◇환경 보호를 실천하게 하는 교육의 힘 = 교사, 학생 모두 환경을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일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우포늪 탐방을 담당하는 손완제 교사는 "학생들은 우포늪 멸종위기종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수달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면서 저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일회용컵을 쓰지 않으려고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강민제 3학년 학생은 "텃밭을 만들어 놓아서 학생들이 다 같이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 예전에는 텃밭가꾸기 동아리에서만 관심을 가졌는데, 이제 전교생이 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용을 안 쓰고, 텀블러를 꼭 들고 다닌다. 환경 수업을 계속 듣다 보니, 한번 쓸 때도 고민하게 된다. 예전에는 배달음식 시키면 보내준 일회용품을 그대로 썼는데 이제는 미리 일회용품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말한다"고 했다.

박현민 2학년 학생도 "저도, 제 주변 친구들도 예전에는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많이 켰다. 이제는 켜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에어컨, 선풍기를 켜기 전에 창문을 열어보자고 제안한다. 서로 전기 사용을 자제하자고 말하고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원경고는 '꿈꾸는 환경학교' TF팀을 꾸려서 환경 교육을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내년에는 환경교사를 채용해서 본격적인 환경 수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실내외 환경 교실 조성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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