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급급한 정치, 민심 편갈림 방임
검찰뿐 아니라 국회·정치도 개혁해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계기로 두 달 이상 온 나라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여·야 정치권은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을 두고 소통 없는 정쟁으로 일관했다. 국민은 진보·보수로 갈라서 서로 편 가르기 논쟁으로 피로도가 중첩됐다. 이런 극단의 대결 정치로 중도층은 갈 길을 못 찾는 일상을 반복했다. 중도층의 방황은 국가 혼란으로 이어졌다. 언론도 진보와 보수로 양분돼 국민이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게 했다. 민심은 두 동강으로 분열됐다.

하지만 이를 수습하려는 정치지도자나 해결사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진보·보수로 쪼개진 민심을 자기들 권력 잡기에 이용하는 듯했다. 이 탓에 민생은 정쟁에 덮여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침체기'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이런 여건에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다. 그의 사퇴로 국론 분열을 일으킨 조국 불씨는 일단 진화된 상태다. 하지만 나라가 다시 평온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여전히 진보와 보수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궁합으로 대결논리만 고수하고 있다. 보수는 보수재건을, 진보는 적폐청산을 내세워 서로 반격하고 있다. 이는 한국정치의 오랜 병폐인 진보·보수가 대결하는 극단현상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 경제전쟁으로 모처럼 하나 된 민족성을 과시했다. 하지만 그 단결력도 조국 사태로 동력을 상실했다.

이제 진보·보수 대통합을 위해 깨어있는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다. 국민은 검찰개혁도 이뤄내야 하지만 국회와 정치개혁도 동시에 성사시켜야 한다. 국회와 정치개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그 어떤 지도자가 나서도 진보·보수 대결의 정치구도를 깰 수가 없다. 차기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누가 되더라도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신'과 같은 '콘크리트' 후보가 아니고서는 양분된 이 극단의 대결구도를 탈피할 수 없다.

태극기와 촛불은 이 세 분야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권력 잡기에만 몰입하는 국회의원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소속 정당을 위해 몸을 던지는 현 전투형 정치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다. 국민은 더 이상 국민 편갈림을 방임했던 정치인들의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공범이 돼서도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조연의 삶보다는 주연의 삶으로 살아야 한다. 정치는 '국민(숲)'을 보고 가야지 '지지자(나무)'들만 보고 가면 필패한다. 산 정상에 서면 산 아래 어느 집에서 불이 났는지 누구나 알 수 있는데 정치인들만 모르는 것 같다.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민심 분열을 자초하는 현 한국형 정치구조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배가 파산할 조짐을 보이면 촉각이 예민한 배 안의 짐승들부터 먼저 탈출을 시도한다. 극단의 정치는 반드시 파멸을 부르게 돼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