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용기로 역사 나아가", 시민 "뭉클…큰 자부심 느껴"
항쟁 참가자 딸 편지 낭송에 참석자들 함께 눈시울 붉혀

▲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은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첫 국가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경남대학교 정문 모습 사진과 2019년 10월 16일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민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은 1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첫 국가기념일 행사가 열렸다.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경남대학교 정문 모습 사진과 2019년 10월 16일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남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는 시민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어머니는 제가 20살이 되었을 때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고문 과정의 공포, 수치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엄마가 보여준 용기와 그동안 겪은 고통이 우리의 역사를 한걸음 나아가게 했고, 저 역시 그 속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날 20살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행동할 거예요. 40년이 흐른 오늘 엄마와 부마항쟁의 역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무대에 오른 딸의 편지 낭송에 옥정애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 위원은 계속 눈물을 닦아냈다. 부마민주항쟁은 그동안 가족에게도 숨겨야 했던 아픈 역사였지만 지금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시민의 자부심이 됐다.

▲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남도
▲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남도

40주년을 맞은 부마민주항쟁이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가운데 16일 오전 10시 경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첫 정부 주관 기념행사가 열렸다.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송기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 허성무 창원시장 등이 참석했다. 또 여야 지도부, 각계 인사와 함께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장과 옥정애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 부마항쟁 주역이 함께했다.

기념식은 지난 40년간 잊힌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공감과 연결'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날의 부마'를 주제로 열린 공연에서는 부산대·경남대 재학생 200여 명이 부마민주항쟁 당시 주요 장면을 재현하며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특히 옥 위원 딸의 편지 낭송은 부마민주항쟁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확인케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인권을 유린한 유신 정권을 대신해 항쟁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는 동안 10여 차례 박수가 나왔다.

▲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기념식 마지막은 광주와 이원 생중계됐다. 행사장 무대에 오른 창원 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부산시립합창단과 함께 옛 전남도청 앞의 광주 오월소나무합창단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자유·민주·통일로 개사한 노래를 함께 불렀다.

기념식을 마친 후 문 대통령은 행사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차량 탑승 직전 수업을 기다리던 경남대 학생들이 교실 창문에서 환호를 하자 손을 들어 화답하기도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윤미리(53) 씨는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85학번이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의 검찰 개혁이 또 다른 항거라고 생각하니, 오늘 문 대통령을 보는 것만으로 울컥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본 적이 언제였던가 싶은 생각에 뭉클했다"고 했다.

김국곤(68) 씨는 "부마민주항쟁 참여를 숨긴 엄마와 뒤늦게 이를 알고 고맙다고 화답하는 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오늘을 있게 한 부마민주항쟁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대한 불꽃 부마 민주 항쟁

/고 임수생(시인·전 국제신문 기자)

1979년 10월 16일
마침내 불꽃은 치솟았다.
우리들의 불꽃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되어
거리와 골목
교정과 광장에서
민중의 손에 들려
노동자와 농어민
도시 빈민과 진보적 지식인
학생들의 손에서 거대한 불꽃으로 불기둥 되어
하늘을 찌르며 타올랐다.
광복동과 남포동, 국제 시장과 충무동
미 문화원 근처
부산 극장 주위는
시위대의 물결로 가득 넘쳤고
혁명의 함성은 천지를 진동시키며 해안을 뒤덮었다.
곳곳에서
군부 독재 타도가 터져 나왔다.
우리들의 절규는
우리들의 항거는
우리들의 혁명은
진압대의 무자비한 총칼 앞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섰다.
총칼이 번뜩이며 불을 토했다.
장갑차가 시위대를 깔고 뭉갰다.
꽃들은
깃발을 들고 물결치며 행진하던 꽃들은
짓밟히며 땅 위에 피를 쏟았다.
피는 보도를 물들이며
강물 되어 끝없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 위로 시위대의 함성은
밤하늘을 찢으며 솟구치고 솟구쳤다.
밤이 깊어 가면 갈수록
날이 밝아 아침이 오면 올수록
항쟁의 불꽃은
활활 불꽃을 드높이며
산하를 밝혔고
20년 군사 독재 정권은 드디어
심복의 손에 의해 무참히 붕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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