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려면 조 장관 사퇴가 불가피하지 않으냐는 여론도 일부 있었지만, 검찰개혁 작업을 쉼 없이 이어가는 게 맞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해방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 정국은 어수선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같이 그동안 평범한 시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들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되었다는 사실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자신의 상급자마저도 정치적으로 핍박할 수 있는 권력 집단이 검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이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집단의 감찰 기능은 형편없다는 사실에 국민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 지난 두 달간 평범한 국민은 고위직 검사들의 처벌은 말 그대로 때리는 시늉조차도 하지 못한 그간의 사정을 뼛속 깊이 체감하였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검찰청을 포위하다시피 한 촛불시위는 조 장관에 대한 인간적 연민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찰 개혁의 절박성을 표현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이다.

민주주의 제도 운용에서 무조건적 필요한 전제조건은 권력 사용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 원칙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정치적 힘이 한편으로 치우치게 되면 독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의제 정치에서 국민이 권한을 행사하라고 위임한 주권은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국민 의사에 반하는 권력 행사는 비민주주의일 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인 권한 남용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정치적 원리로 인해 제도 정치권은 국민 목소리나 요청에 항상 귀를 기울이면서 국민 의사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조 장관 사퇴는 바로 이런 정치적 혼란과 난맥을 푸는 첫 단추로 보이기도 한다.

조 장관 사퇴는 검찰 개혁의 좌절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젠 어느 누가 법무부 장관이 되더라도 검찰개혁이라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른바 자신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셀프 감찰이라는 희한한 일을 해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았던 비정상을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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