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나라·꿈 실현에 '열쇠'된 한글
정치인 망언·막말하는 그 입 좀 다물라

한글이 얼마나 보물 같은 언어인지, 세계 언어학자들이 쏟아낸 찬사를 볼 때마다 놀랍다. 세계적인 발명품, 가장 진보한 문자, 최고의 알파벳, 가장 과학적인 표기체계,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 가장 합리적인 글. 게다가 '문자학적 사치'라니. 한글의 과학성과 독창성, 새삼 뿌듯하다.

이런 언어학적 의미를 떠나서도, 한글이 빛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창제 목적에 있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끼리 서로 통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리석은 백성이 이르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한다."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을 풀면 그 속에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나아가 국민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는 마음이 보인다.

국민이 제각각 이루고자 하는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래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 곧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초 나온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에 실린 늦깎이 한글 배움이 할머니들의 글을 보면 한글의 가치는 더 크게 다가온다.

"젊어서 야학에 다닌 적도 있습니다. 왜놈한테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가 결국 글을 배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초등학생이 되어 날마다 숙제하고 구구단을 외우느라 바쁩니다."(양순례)

"나는 못 배웠다는 것이 늘 가슴 아팠습니다. 길을 가다 간판을 보면 알 수 없는 글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은행을 가도 겁이 안 납니다. 일을 다녀도 답답하지가 않습니다. 평생 주눅 들었던 내 자신이 떳떳해졌습니다. 그리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학생 손녀에게 큰사위에게 문자를 보내면 존경한다고 답을 해줍니다. 나는 가족들한테 칭찬을 들으니까 보약 먹은 것처럼 힘이 납니다. …"(손경애)

"어릴 때 꿈은 학교에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재 너머에 문둥이들이 잡아먹는다는 말에 무서워서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 앞으로 내 꿈은 글을 많이 배워 우리 동네 이장이 되는 것입니다."(임순남)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인생의 지혜를 가슴에 가득 쌓았으면서도 한글을 모르는 게 한이 된 할머니들에게, 글은 또 다른 꿈이고 새로운 세상이고 생을 완성할 마지막 조각이다.

그런데 차라리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면 좋았을 법한 자들이 수두룩하니 어찌해야 하나. SNS며 언론인터뷰며 연설문에서까지 망언을 쏟아내는 정치인들, 국감장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는 욕설, 심지어 국민을 향한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걸 보면 이런 자들과 같은 언어를 쓰는 한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낯부끄럽다.

제발, 배운 분들이 그러지 마시라. 그따위로 쓰라고 만든 한글이 아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