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주민자치회를 취재하고 있다.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긴 군사 독재시대가 막을 내리고 1992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했다. 이런 마당에 주민자치회가 필요하냐고 되묻는 이들도 있다.

물론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도의원, 시·군의원까지 모두 시민이 직접 선출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자치단체는 여전히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고, 시민들도 무언가를 직접 요구하기보단 '나라에서 알아서 해주겠지'에 익숙하다. 솔직히 자기가 사는 아파트에 무슨 일이 생겨도 '바쁘다'는 핑계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뿐인가. 갈수록 심화하는 '수도권 쏠림'으로 '지역 간 혹은 지역 내에서 평등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삶의 기회를 향유할 권리'(헌법 11조)와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헌법 119조)은 빈 껍데기 취급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마하트마 간디, 녹색평론사)를 다시 펼쳤다. 제목처럼 간디는 식민지를 겪으며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해온 인도의 참다운 독립과 해방은 70만 개 농촌마을의 부활과 회생에 달렸다고 보았다.

주민자치회는 한국사회를 구할 수 있을까. 최근 경남에서 읍면동 주민자치회 주민총회가 이어졌다. 서툴지만 직접 민주주의 실험이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다. 비록 적은 예산이지만,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행정에 대한 의견을 내고 내년 자치계획안 등을 세워나갔다.

선심성 행정과 사업에 세금 샌다고 불평만 할 건가. 주민자치회에 참여해보자. 정당과 노동조합에 몸담고 있거나 활동했던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더 좋겠다.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주민자치회는 '또 하나의 관변단체'가 될 게 분명하다. 시대의 화두인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도 중요하다. 이와 동시에 '일상의 민주주의'도 계속 전진해야 한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대동맥'도, '모세혈관'도 모두 튼튼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