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안을 두고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이유는 그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번거롭게 투표로 결정할 까닭이 없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투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어느 한 쪽이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면 투표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투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말하는 이유는 거창에서 지역현안을 결정하는 중요한 주민투표가 있는데 너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어서 향후 결과에 대해서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주민투표가 문제를 만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거창에서 주민투표를 하는 이유는 거창구치소를 지금 위치에 두느냐 거창 내 다른 곳으로 옮기느냐를 결정하기 위해서이다. 얼핏 보면 지극히 단순한 문제인 것 같으나 주민투표까지 거쳐오는 과정에서 보듯 지역 정치가 개입하면서 좀 더 복잡해졌다. 편이 갈리니 과열·혼탁 양상도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주말 사전 투표 결과 투표율은 22.61%로 나타났고, 오는 16일 본투표에 들어간다. 과열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보다는 주민들이 좀 더 냉정하게 선거에 임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흥분하거나 감정에 치우치면 올바른 사리 판단을 할 수 없다. 그 결과는 거창 전체의 손해로 이어질 것이다.

거창 주민투표 혼탁양상을 들여다보면 우선 거짓 선전과 흑색 비방이 눈에 띈다. 구치소를 옮기게 되면 거창군이 거액을 물어내야 한다거나, 법원·검찰청이 인근 군으로 옮기게 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위험해 보이는 것은 색깔론과 거창군의 관권개입 의혹이다. 색깔론은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물의를 일으켰는데 내년 총선과 연결되어 과열 양상에 불을 지르는 형국이다. 관권선거 논란은 거창군의회 의원이 공무원을 고발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번 선거는 투표자가 유권자의 3분의 1을 넘어야 효력도 발생한다. 지역 현안인 만큼 주민 참여는 높아야 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투표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그 후유증을 치유하기 어렵다. 현안에 지혜롭게 판단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민주주의가 거창에서 실현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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