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증인' 선정된 고 김수환 추기경
이 시대 젊은 사제들이 지향해야 할 삶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주님 곁으로 가신 지 10년입니다. 많은 분이 추기경님을 그리워하고, 저 또한 작은 인연이 있어 이 가을에 그리움을 더해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추기경님에 대하여 짧게 돌아보겠습니다. 추기경님은 1922년 경상북도 군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할아버지 김보현께서는 1868년에 발생한 '무진박해'로 순교하실 정도로 대대로 독실한 천주교 집안이었습니다. 1951년 9월 15일에 사제가 되셨고, 그 후 1966년 2월 15일 비교적 젊은 나이로 주교가 되시어 '천주교 마산교구장'으로 부임하십니다(천주교 마산교구는 경남 대부분 지역을 아우르는 교구입니다). 이어 1968년에 서울대교구장, 1969년에 아시아 세 번째,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되십니다. 그 당시 47세로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셨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그 후 많은 분이 기억하시듯이 명동성당과 함께 반독재 투쟁의 상징과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이렇게 마산교구와 연을 맺으셨고 나라의 큰 어른으로 사시던 추기경님께서는 2009년 2월 16일 주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우리에게 남겨주신 수많은 정신적 유산들이 있지만, 종교를 넘어서 보여주셨던 나눔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재)바보의 나눔'이 한국천주교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0주기인 올해는 한국 천주교 전체가 힘을 모아서 1년 동안 '바보의 나눔 돼지 저금통 운동'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번 운동은 특별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족과 이주노동자들의 치료비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추기경님과 작은 인연과 큰 나눔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로마 바티칸 교황청이 올해 10월을 '세계 특별 전교의 달'로 선포하면서 그 모범 인물로 '신앙의 증인'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선정하였습니다. '신앙의 증인'이란 가톨릭에서 말하는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훌륭하게 믿음을 고백한 증거자(Confessor)'와는 다른 '일반적으로 신앙을 증언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그 의미가 축소되지는 않습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전교기구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생애에서 특별히 가톨릭교회의 쇄신과 사회 참여 원칙 제시에 높은 가치 평가를 하였습니다. 더하여,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이들의 옹호자가 됐고, 남북 교류와 대북지원을 촉진해 북방 선교에 투신했던 점을 상기하였습니다. 이것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고 사제들에게 꼭 필요한 정신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신앙의 증인'으로 선정되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모범으로 알려진 것은 가톨릭 사제로서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도 참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기뻐하는 이유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살아 있을 때나 돌아가신 후에도 현대의 젊은 사제들이 살아야 할 삶을 비추어 주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추기경님 감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길이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