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풍요 탓에 되레 불편
단순하지만 만족스러운 삶으로

나는 가끔 텔레비전에 눈길이 사로잡히게 되면 지나가다 말고 자리에 서서 시청하게 될 때가 있다.

지난 주말에도 그랬다. 어느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물건들로 엉망인 집을 정리하는 장면을 보고는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하려던 일도 잊고 한참 동안을 지켜봤다.

청소를 도와주러 간 출연자가 버릴 물건을 하나 집어들 때마다 집주인은 말했다.

"그걸 어떻게 버려요."

나는 그의 외침에 절절히 공감한다. 내 방에도 선물 받아서, 추억이 있어서, 비싼 값을 주고 사서, 심지어는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물건 더미에서 나는 요즘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고 있다.

최소한의 물건만 갖춰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 '미니멀 라이프'는 이미 잘 알려진 단어이지만, 특히 최근 들어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인들이 과거와 비교해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고, 나아가 '과도한 풍요'로 인해 불편을 느끼기 때문이다.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 번 들인 물건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일은 번거롭다. 주인의 손길이 계속 닿지 않으면 식자재는 상하고, 옷가지는 유행이 지나고, 전자제품은 고장 난다.

게다가 자리만 차지한 채로 먼지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절로 생긴다.

'과도한 풍요'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있다. 각종 매체에서 깊이 없는 정보가 쏟아지니 사람들은 소비하기에만 바빠진다. 그리고 생각할 시간은 두지 못한다.

자극적인 감정을 유발해 관심을 끄는 콘텐츠들은 우리의 감정을 끌어낼 뿐 그 대상을 놓고 보면 실체가 없어 공허하다.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었지만 실상 속은 빈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뿐더러 오히려 직장 밖에서도 일과 연결되어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는다. 20대의 정신질환 증가율이 가장 높아지게 된 계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신적으로도 미니멀리즘이 절실한 시대다.

미니멀 라이프라 하면, 단연 '버리기'가 주된 관심사일 것이다.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면서 우리는 빽빽한 삶의 공간을 만들고, 또 마음의 부담을 덜어낸다. 하지만 목적을 잃고 마냥 비우는 것에만 몰입한다면 결핍을 느끼고, 결국 다시 갈증을 느끼게 된다. 비우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우리는 필요 너머에 있는 풍요에 흔들리지 않고 초연한 마음을 안기 위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다. 단순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꾸리려면 버리기에 앞서 어떤 것을 남기고, 또 들일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네 삶의 방식은 세상 사람의 수만큼 많다. 마찬가지로 미니멀 라이프의 형태 역시 셀 수 없이 다양할 것이다.

나는 취미활동에 필요한 물건에는 흔쾌히 공간을 내어주기로 했다. 검색하지 않아도 정보가 흐르는 SNS는 한정된 시간 동안만 사용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박탈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콘텐츠는 이제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풍요 속에서 빈곤을 느끼고 있다면 지금이 바로 내 삶의 행복을 알아가는 나의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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