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참나무숲 키운 무모한 도전
고위험 연구 장려해야 과학기술 진보

올해로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50년이 되었다.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을 했고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인간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찍었다. 달 착륙은 지구상의 생명체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위성에 도착한 인류사적으로 과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 때문에 온 나라가 소재부품 장비 대책을 마련하느라, 달 탐사 50주년 기념 소식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과학단체 중심으로 기념행사들이 개최되었지만, 머지않은 우주 시대 개막을 준비하기 위한 관심과 공감대를 만들어 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돌이켜 보면, 1960년대 과학기술은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일천했다. 당시 로켓엔진·컴퓨터·반도체 성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찮았다. 한 자료에 의하면 아폴로 11호 임무에 사용된 컴퓨터 ROM 메모리가 74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1메가도 못 되는 작은 컴퓨팅 기술이 사용된 아폴로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과학 기술적 도전이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이었기에, 달 착륙 성공을 불신하는 '음모론'이 등장할 정도였다.

또한 세계 10위권의 우리나라 경제적 여건에서도 달 탐사선 프로젝트를 주저하는데, 당시에는 무엇을 얻고자 불확실성에 천문학적 자금(현 시세로 1600억 달러)을 쏟아부었을까?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투자회수 확률도 낮은 거대과학과 기초연구에 투자가 꼭 필요한 걸까? 더욱이 직접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기여에 최우선적 목표를 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전략과 국민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투자에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불확실성이 큰 과학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다. 다람쥐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며 하루 200여 개의 도토리를 땅속에 저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하는 습성 때문에 저장한 도토리 대부분(95%)을 찾지 못하고 잃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도토리의 95%는 울창한 참나무 숲을 이루기 시작하고 수년이 지난 후에는 이 참나무는 또다시 다람쥐에게 맛있는 도토리를 제공해 준다고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고위험의 도전적 연구는 잃어버린 95%의 도토리라 할 수 있다. 당장의 산업발전과 효과를 안겨 주지는 못할지언정, 언젠가는 산업발전의 울창한 참나무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실패한 연구 결과일지라도 새로운 연구개발의 방향과 탄탄한 밑바탕을 제공할 수 있다.

1960년대 무모한 달 탐사 도전은 인류의 과학 기술적 진보를 낳았다. 2000년대 오늘날 인류는 항공우주기술·통신기술·GPS·메모리폼 등 수 많은 분야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였다. 우주기술 연구와 발전은 우리의 가정과 개인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로 연결되었다.

소련과의 냉전 시대에 우주 경쟁에서 질 수 없다는 미국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있었지만, 미지의 영역에 대한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많은 과학 기술적 혜택이 더 늦어지거나 없었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 강국은 고위험의 기초연구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미지의 기초과학을 비롯한 고위험의 연구개발 투자에 눈 돌리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드러나지 않은 95%의 도토리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과학기술 풍토가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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