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여성운동 토론회
'성평등이 목표'에 공감대

"미투운동과 반성매매운동의 연대는 성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데 핵심적 요소 중 하나다."

'미투운동에서 성매매 여성도 포함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성매매 역시 미투운동에 포함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투운동의 미래는 제도화된 남성 권력을 바꾸어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방향도 나왔다.

이 같은 여성 운동의 미래 방향은 10일 창원대에서 열린 '미투운동 이후 지역여성운동,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도출됐다. 이번 토론회는 경남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학회 풀뿌리여성네트워크바람,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이 공동 개최했다.

권명진(계명대 여성학대학원 박사 수료) 씨는 '미투, 그리고 반성매매운동' 발제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대가로 다양한 형태의 성적 괴롭힘, 강간,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견뎌내는 경험을 한다. 자발적으로 선택했으니 성폭력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논리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강간을 합법적으로 보장받고자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웹하드카르텔 보도를 통해 밝혀진 성 산업의 민낯은 여성에 대한 성 착취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정교하게 구조화되었는지 보여줬다.

▲ 10일 창원대에서 열린 '미투운동 이후 지역여성운동,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모습.<br /><br /> /이혜영 기자
▲ 10일 창원대에서 열린 '미투운동 이후 지역여성운동,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모습.

/이혜영 기자

권 씨는 "여성 성 착취를 기반으로 한 성 산업 구조가 폭로되면서 과거 성폭력과 성매매를 구분하는 모든 경계가 무너졌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미투운동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성을 매개로 특정 성별이 다른 성별을 착취하는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미투운동은 '피해자다운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성착취문화를 유지하는 성 산업 수요자들에게로 문제의식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나경 풀뿌리여성네트워크바람 운영위원은 "반성매매운동을 미투운동과 연결해 논의를 이끌어낸 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거나 간과했던, 미투운동의 한계점을 짚어내 의미가 더 크다"며 권 씨의 미투운동 방향에 공감을 나타냈다.

변정희 부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아직 우리가 넘어서거나 연결되지 못한 피해자들의 존재가 분명히 있다"며 "이주여성·장애여성·성매매 여성의 피해는 다른 여성들이 겪는 피해와 다르지 않다. 구분 짓기의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공통성을 회복하는 것은 앞으로도 중요한 미투운동 과제"라고 강조했다.

1부 '미투가 지역을 바꾼다' 토론에 이어 2부는 '지역의 성평등추진체계 점검 및 활성화 전략 모색'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부설 여성정책센터장이 '경남지역의 성평등추진체계 기반확대 운동과 과제'를 발제했다.

이 센터장은 "김경수 도정이 들어선 이후 경남여성재단 설립, 여성특보 임명, 여성인권 관련 상담소 예산 증액 등 성평등 추진체계 기반은 꾸려지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관료들의 변화는 더디며 특히 성인지적 관점은 보수나 중도나 진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행정에서 성평등 추진 정책과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단체는 지속적으로 운동으로 담아낼 물적 토대의 불안정성, 활동가의 부재 또는 역량 부족이 여전히 고민지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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