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5학년 때부터 8년간 하루 600번 넘게 스윙연습
감독 "유연성·정신력에 강점…매치 플레이에 강해"
"난코스에 매력" 배짱 앞세워 PGA 투어 향해 전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8년간 골프를 치고 있는 빈정원(18) 학생. 지난 4일 창원남고 골프연습장에서 학생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창원남고 3학년인 빈 군은 여유 있고 겸손했다. 헤어지기 전 골프채를 자주 쥐는 손을 한번 보여 달라고 했다가 깜짝 놀랐다. 손가락 마디와 손바닥에 굳은살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을지 가늠하게 했다. 앞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이 꿈이라는 그를 TV에서 볼 날이 머지않은 게 아닐까 하며 뿌듯한 상상을 했다.

▲ 미국프로골프 투어 진출이 목표라는 창원남고 3학년 빈정원 군.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미국프로골프 투어 진출이 목표라는 창원남고 3학년 빈정원 군.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늦게까지 아이 맡길 곳으로 택한 골프연습장 = 많은 경기 종목 중 어떻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을까. 함께 만난 빈 군의 아버지(47)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늦게까지 하는 학원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골프연습장이었다. 골프연습장은 밤 10시까지 한다고 해서 거기에 아이를 보냈다. 레슨비도 한 달 10만 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해에 있는 집 근처 골프장의 성인들 속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빈 군은 공을 쳤다. 5학년 겨울방학 두 달을 골프연습장에서 보낸 학생은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해보겠다고 나섰다.

정원 학생은 "아버지가 '골프 한 번 더 해볼래?'라고 물어서 '한 번 더 하죠'라고 답했다. 연습장에서 프로님이 만날 '그거밖에 못 치느냐'고 혼내셨지만, 공이 날아가는 느낌이 좋았다.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고 했다. 피아노, 바둑학원도 다녀봤지만, 골프에 더 관심이 갔다고.

여자 중고 골프채로 운동을 시작했다. 6학년 첫 대회에서 3등을 했다. 초등학생 3명이 출전했는데, 그중 3위였다. 1등이 75타, 2등이 89타, 3등인 정원 학생은 102타를 쳤다. 첫 출전 이후 학부모들이 학생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서 거제, 합천 등 골프하기 좋다는 학교를 옮겨 다녔다. 창원남고도 골프를 할 수 있어서 택했다.

김광석 창원남고 골프부 감독은 "2017년 골프부가 창단됐다. 경남에서 다른 학교보다 늦게 창단했지만, 첫해부터 정원 학생 등 골프를 하고자 찾은 선수들이 많았다. 정원이는 원래 다른 학교 체육 특기자로 돼 있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우리 학교로 왔다"고 설명했다.

지금 창원남고에는 정원 학생을 포함해 16명이 골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 빈정원 군의 손바닥과 손가락에는 많은 연습량을 증명하듯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여 있다.  /우귀화 기자
▲ 빈정원 군의 손바닥과 손가락에는 많은 연습량을 증명하듯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여 있다. /우귀화 기자

◇유연성이 강점 = 학생에게 지금까지 골프를 치면서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는지 물었다. 그러자 "항상 고비"라며 웃었다. 그는 "생각보다 잘 안될 때는 경기가 끝나면 짜증도 많이 난다. 그래도 계속해야 할 것 같아서 계속한다"고 했다.

학교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 학교 골프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한다. 함께 골프 치는 학생들과 카메라로 서로 동작을 찍어주고 분석을 해준다고.

학교를 일찍 마치고, 김해 지역 골프연습장에서 매일 연습한다. 하루에 골프공 600개는 기본으로 친다고 했다. 1주일에 1∼2번은 고성 지역 골프연습장에 가서 몸을 푼다.

정원 학생에게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묻자, 최경주 선수를 꼽았다.

그는 "얼마 전 김해 골프연습장에서 최경주 선수를 만났다. 근처에서 대회가 있어서 연습장을 찾아왔다고 했다. 친근한 모습이어서 가까이 다가갔다. 최 선수가 저에게 골프를 하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동작을 잡아줬다. 최경주 선수처럼 되고 싶다. 본인 이름으로 대회도 개최하고, 재단을 만들어서 학생들도 돕고 있다. 멋있다"고 말했다.

정원 학생에게 골프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뭔지 묻자, 겸손하게 "다 평범하다"고 답했다.

그는 "원래 70∼80미터를 치는 웨지 샷이 자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연습을 해야 한다"며 "요즘 주변에 보면 다들 실력이 비슷하다. 그만큼 치열하다. 비만 오면 잘하는 친구가 있고, 바람만 불면 잘하는 친구가 있다. 다 다르다"고 했다.

▲ 빈정원 군이 창원남고 골프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 빈정원 군이 창원남고 골프연습장에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김 감독은 정원 학생의 정신력, 유연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감독은 "골프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평균적으로 연간 대회 실적을 보면, 학교에서 정원이가 제일 실력이 좋다. 골프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데, 정원이는 주니어답지 않게 정신력이 정말 강하다. 경기 중에 좋지 못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본인 경기를 잘 이끌어간다. 그래서 심리전이 작용하는 매치 플레이에서 강하다"고 했다.

이어 김 감독은 "골프는 균형을 유지해서 골프채를 휘두를 때 유연성도 필요하다. 정원이는 유연성도 좋다"고 칭찬했다.

◇PGA 투어를 향해 = 정원 학생은 초등부, 중등부에서 2, 3위 등을 기록하고 고등부가 된 후 지난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6월 제6회 경남교육감배 학생골프대회 고등부 2위, 7월 제4회 영건스아마추어 매치플레이 2위 등을 기록했다.

대학 특기자 전형에 원서를 넣고 기다리고 있는 정원 군에게 앞으로 계획도 물었다.

그는 "일단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하는 게 목표다. 보통 시합 때문에 학점 관리가 어려워서 학교를 졸업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골프도 놓치고 싶지 않다. 골프를 열심히 해서 PGA 투어에 가고 싶다. 영어를 못해서 요즘 집 앞 영어학원에서 회화를 배우고 있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는 평평한 곳이 아니라 경사도가 큰 산악코스를 좋아한다는 정원 학생은 꿈을 실현하고자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9월 19일 자 드림스타 24편 이시원 마산삼진중 학생에게 후원금 503만 5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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