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바다미술제 최수환 작가
세월호·헝가리 유람선 소재
'하늘문'으로 경남 유일 참가

지난달 28일부터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바다미술제는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홀수인 해마다 여는 국제미술제다. 1987년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개최국에서 열리는 사전 문화행사식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간에 부산비엔날레 자체에 통합되기도 했지만, 2011년부터 독립적으로 열린다. 개최 장소도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송도와 다대포로 옮겨졌고, 최근에는 다대포에서 계속하고 있다.

호주, 네팔 등 12개국 35명 작가가 참여했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상심의 바다(Sea of Heartbreak)'다. 실제 전시는 크게 상심의 바다, 변화의 바다, 재생의 바다로 구성됐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해 재생과 치유까지로 나아가는 작업들이다.

이 가운데 경남에서 유일한 참가자인 최수환(41·창원시) 작가의 작품이 있다.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최 작가는 2004년에도 바다미술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동안 200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2015년에 돌아왔으니 작가 자신으로도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셈이다.

이번 미술제에 설치한 작품은 '하늘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높이 4m짜리 2층 구조물인데, 아래에 달린 문을 열면 위의 문이 동시에 열린다.

▲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2019 바다미술제 참가작 '하늘문'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최수환 작가. /이서후 기자
▲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2019 바다미술제 참가작 '하늘문'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는 최수환 작가. /이서후 기자

바다미술제에는 개막을 얼마 남기지 않고 참가가 결정돼 작업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상심의 바다란 주제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세월호, 그리고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많은 한국인 희생자를 낸 유람선 침몰 사고였다.

"실제 부다페스트에서 그 배를 탄 적이 있어요. 제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으니 남의 일 같지가 않더라고요. 문 모양을 잘 보면 배에 있는 문을 그대로 재현한 거예요. 사실 위아래 두 개의 배 공간을 설정한 거죠. 아래에 있는 건 현재의 공간이고 위의 공간은 과거나 미래의 공간이에요."

위 구조물에 파란색을 칠했는데, 처음에는 아래 구조물을 그렇게 해서 바닷속에 잠긴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위로 올려서 하늘로 향하는 문을 만들었다. 과거의 일이 현재에도 반복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우울한 작품이지만, 실제 2층 문을 통해 보이는 파란 하늘이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는 최 작가 작품 외에도 바닷물이 출렁이는 해안에 나무 오두막을 세운 송성진 작가의 '1평'과 해변 곳곳에 해양 쓰레기로 가득한 인체 모형 40여 개를 세운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야 하는가'란 작품이 강력한 느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는 27일까지다. 관람은 무료다. 문의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051-503-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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