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성과 위주 벗어나 프로슈머 배출 산실돼야"

도내 뮤지션의 창작·공연·홍보를 지원하는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Musisis)가 8일 문을 열었다.

경남음악창작소는 지난해 경남도·김해시·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협업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비공모 사업을 따 추진하게 됐다. 위치는 김해문화의전당 M층이며 내부는 컨트롤룸A·B, 메인홀, 보컬룸, 피아노룸, 교육실로 구성됐다. 현재 △음반 제작 △음반 프로모션 △도내 공연 △뮤지션 홍보영상 콘텐츠 제작 △국내외 쇼케이스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 공식행사에 앞서 콘퍼런스가 열렸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 중 경남음악발전소의 역할과 발전방향에 초점을 맞추어보았다.

▲ 지난 8일 열린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Musisis) 개소식 모습. /경남문화예술진흥원
▲ 지난 8일 열린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Musisis) 개소식 모습.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뮤지션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 돼야" = 이날 창원에서 온 밴드 트레바리 드러머 최지민 씨와 진주에서 온 경남청년문화창업협동조합 대표 박진용 씨는 패널로 참가했다. 그들은 경남음악창작소가 "지역 아티스트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음악창작소는 도내 뮤지션에게 국내 정상급 상업스튜디오에 버금가는 녹음시설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지민·박진용 씨의 바람대로 도내 뮤지션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음악창작소는 단순히 뮤지션에게 편의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 경남음악창작소는 음악산업 활성화와 지속성을 위해선 뮤지션에게 '놀이터'가 될 필요가 있다.

발제자로 참석한 김정렬 음악공장B 총감독은 운영자보다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뮤지션이 여기 와서 많이 놀아야 한다"며 "뮤지션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들을 과감히 걷어내고 그들을 유혹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감독은 "뮤지션이 모여야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판매, 유통되는 것이 음악산업의 속성이다"며 "뮤지션과 제작자 등 업계 구성원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노력이 바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음악창작소 콘퍼런스 모습. /김민지 기자
▲ 경남음악창작소 콘퍼런스 모습. /김민지 기자

◇"음악·기획자에게 실패할 기회를 줘라" = 이날 콘퍼런스 시작 전에 국민의례를 했다. 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니 의례적인 절차다. 콘퍼런스나 개소식에 많은 뮤지션이 참석하길 기대했지만 시간대(오후 1시 시작)가 투잡을 하는 도내 뮤지션에겐 호락호락하지 않다.

콘퍼런스 참여자들은 경남음악창작소가 활성화되려면 공무원적인 마인드, 성과 위주의 결과물 만들기에서 한 발 떨어져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패널로 참석한 고창일 빅나인고고클럽 편집장은 "대부분 음악창작소는 음악제작지원사업을 하니까 이미 만들어진, 사업성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원한다. 그게 곧 음악창작소의 성과로 연결되고 홍보하기도 좋다. 하지만 진짜 음악 프로슈머(소비자이자 생산자)는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민규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 대표는 "대중음악은 실패가 많은 사업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90% 이상이 실패를 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다"며 "지역 뮤지션과 기획자에게 실패할 기회를 주고 그 시간이 쌓여야 신(Scene)이 형성되고 산업으로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내 음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경남음악창작소의 지원으로 도내 뮤지션이 곡을 발표하면 노래를 소비할 소비자가 필요하다.

발제자 이윤혁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음악산업발전위원회 민간연구원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의 경계가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을 하고 소비한다"며 "많은 이에게 음악을 경험하게 하고 음악을 적극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모임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