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려해 인기…곤충채집 등 다양한 체험에 주변 볼거리 가득

화포천은 예나 이제나 무척 아름답지만 10년 전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봉하마을 바로 옆이 화포천이다. 노 대통령은 화포천을 가꾸고 봉하들녘 농사를 친환경적으로 하는 운동을 벌였다. 덕분에 화포천은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봉하들녘과 함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고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2017년 11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화포천은 2018년 1월에 환경부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자연상태 그대로 보전된 하천습지로 황새·독수리·고니 등 세계적 희귀 철새뿐 아니라 다른 여러 생명도 깃들이는 곳으로 인정된 것이다.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

화포천 탐방은 봉하마을에서 시작해도 되지만 화포천습지생태박물관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다. 3층짜리 박물관에 먼저 들어가 습지에 대한 기본 상식이나 화포천에 어떤 생물들이 다양하게 어울리며 살아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박물관은 철마다 색다른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는 논습지 등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이번에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퇴은·어은마을도 생태마을로 꾸며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식물원·습지원·생태숲·체험장도 조성되고 있다.

▲ 화포천에 체험을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종종걸음을 하는 모습. /김훤주 기자
▲ 화포천에 체험을 나온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종종걸음을 하는 모습. /김훤주 기자

◇화포천에서 놀기

화포천 일대는 아이들과 한때를 보내기 좋은 장소다. 매미채나 채집통이 없어도 둑에서 곤충을 찾아볼 수 있다. 10월 4일 찾았을 때 전날 불어닥친 태풍으로 물이 크게 불었는데도 아이들이 여럿 체험을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매미채 휘두르는 품새가 어설펐지만 곧바로 익숙해졌다.

나비, 여치, 잠자리, 메뚜기, 방아깨비, 사마귀 등으로 '자세히 그리기'를 해도 괜찮겠다. 곤충을 가까이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처음이겠지. 자세히 그리기는 잎사귀로도 할 수 있다. 한데 뭉뚱그려 잎이나 벌레라 하지만 저마다 얼마나 다른지….

물길 가장자리에는 왕버들이 엎드려 몽글거리고 한가운데는 여러 물풀이 조용히 떠 있다. 줄·갈대·부들은 물에 잠긴 채로 물결보다 섬세하게 반응한다. 텃새가 된 왜가리·백로·해오라기는 사철 날고 겨울에는 오리·기러기가 떼지어 다니며 날갯짓이 우아한 고니들도 드문드문 찾는다. 화포천은 어디서 보아도 넉넉하고 그윽하다.

▲ 품새가 넉넉한 화포천 왕버들. /김훤주 기자
▲ 품새가 넉넉한 화포천 왕버들. /김훤주 기자

◇화포천 따라 걷기

멋진 풍경은 걸으면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화포천 아우름길'이 있는데 봉하화포길·대통령길·버들길·넓은뜰길·물꽃길·강따라길·만남길 일곱이다. 대통령길은 봉하마을이 중심이고 박물관 상류 쪽인 봉하화포길은 많이 찾지 않는다. 많이 찾는 버들길·넓은뜰길은 보호지역이고 물꽃길·강따라길·만남길은 그 바깥이다. 그래도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여서 낙동강 합류 지점까지 농사짓는 틈틈이 부드러운 습지 경관이 이어진다.

태풍으로 불어난 흙탕물이 빠지면 풍경은 한결 산뜻해질 것이다. 산책로는 때로는 냇물과 함께하고 때로는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낀다. 메꽃·달맞이꽃·쑥부쟁이·구절초가 일렁거리고 강아지풀은 발밑에서 건들거린다. 여치·메뚜기나 도마뱀·도롱뇽을 잘하면 한 번씩 만날 수도 있다.

◇황새 봉순이

2014년 화포천에 황새가 나타났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 살짜리 암컷이었다. 봉하마을을 찾은 암컷이라는 뜻으로 '봉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봉순이는 2016년까지 해마다 화포천에서 겨울을 보냈다. 화포천은 이로써 청정 지역으로 공인받았다. 황새가 멸종한 가장 큰 원인이 농약이었다. 화포천 습지보호지역과 봉하들녘에는 농약을 치지 않는다. 깨끗하고 풍성한 먹이터를 한눈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 화포천을 거니는 '봉순이'. /자연과사람들
▲ 화포천을 거니는 '봉순이'. /자연과사람들

지난해는 다른 황새 네 마리가 화포천을 찾았다. 봉순이와 달리 발목에 가락지가 끼어 있지 않았다. 사람의 관리를 받지 않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고향인 야생으로 짐작된다. 청정 지역을 인증하는 두 번째 방문객인 셈이다.

일본에서 한국을 찾은 첫 황새 봉순이 덕분에 화포천은 한 번 더 이름을 날렸다. 전봇대에 비행접시를 얹어놓은 모양으로 둥지도 들어섰다. 박물관에서 둑길을 따라 하류 쪽으로 가면 나오는데 이름하여 '황새봉순이길'이다.

◇장방리 억새집

박물관에서 화포천을 질러가면 영강사라는 절간이 나온다. 경내 언덕배기에 별나게 생긴 초가집이 세 채 있다. 정식 명칭은 '김해 장방리 갈대집'이지만 사실은 억새집이다. 50㎝ 넘는 두께로 두툼하게 이은 억새지붕이 요즘 사람들 눈에 신기하다.

억새는 화포천에 아주 흔한 편이어서 지붕을 이는 재료로 쓰였다. 오르내리기 수고스러운데도 굳이 비탈에 지은 까닭은 무엇일까. 큰물이 져도 거기는 잠기지 않고 안전했다.

▲ 모정비각. /김훤주 기자
▲ 모정비각. /김훤주 기자

◇낙동강 합류 지점 모정비각

아우름길의 일곱 번째 만남길은 낙동강과 화포천의 만남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풍경이 숨어 있다. 첫째 두 물줄기가 합해지는 모습으로 풍성한 물결에 때깔 좋은 수풀이 어우러지며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낸다.

둘째는 화포천 낭떠러지 모정비각(慕禎碑閣)이다. 이름이 한석(漢錫)인 광주 노씨 김해 입향조(入鄕祖)를 기리는 비각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깎아지른 절벽은 색다르고 배롱나무를 비롯한 오래된 나무들은 멋지다.

◇낙동강 레일파크

화포천 가까이에는 낙동강 레일파크가 있다. 낙동강 철교를 달리는 레일바이크와 산딸기로 만든 제품을 다루는 와인동굴, 새마을호 객차로 꾸민 열차카페, 낙동강을 조망하는 철교 전망대를 갖추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경전선 폐선 철도로 다닌다. 따가운 햇살 아래 시원한 바람을 즐기기 알맞은 가을이다. 드넓은 물줄기와 둘레 풍경은 한 번 눈에 담으면 막힌 가슴도 단박에 뚫어놓는다.

※ 생태관광과 습지문화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하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2008년 람사르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 경남 개최를 계기로 설립된 경상남도 출연기관입니다. 습지·생태 보전을 위한 학술 연구와 정책 지원, 환경 보전 인식 증진과 교류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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