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차고지 미술관 변신
다양한 작품 차별적 구성
주변 카페·펍 나들이 함께

이번 한글날이나 주말에 날씨가 좋다면 전시회 구경을 겸한 가족 나들이를 해보는 건 어떨까.

◇마산현대미술관 정근찬·노혜정 초대전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양촌리에 있는 마산현대미술관은 그 자체로 훌륭한 나들이 장소다. 창원과 진주의 경계와 가까운 시골 폐교를 멋진 복합예술공간으로 고친 곳이다. 넓고 푸른 운동장은 그대로 거대한 조각 작품이 조각공원이다. 그 운동장을 바라보고 좋은 장소에 아트북카페가 있어 미술 관련 서적도 살펴보고 차도 마실 수 있다.

학교 건물은 실내 전시공간이다. 들어가 보면 구석구석 공간 나눔이 제법 재밌다. 특히 창을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작품과 어우러져 느낌을 더한다.

▲ 마산현대미술관서 전시 중인 정근찬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 마산현대미술관서 전시 중인 정근찬 작가 작품. /이서후 기자
모성과 야성의 상징으로 얼룩말을 표현한 노혜정 작가의 작품. 마산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서후 기자
모성과 야성의 상징으로 얼룩말을 표현한 노혜정 작가의 작품. 마산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이서후 기자

지난해까지 이름이 마산아트센터였는데, 올해부터 마산현대미술관으로 바꿨다. 영어 명칭에서 그 정체성이 더 분명해지는데 'Masan Contemporary Art Museum', 즉 지역 당대 미술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한층 중후해진 모양새다.

미술관에서는 3일부터 서양화가 정근찬과 노혜정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둘 다 마산현대미술관 소속 작가로 묵직한 존재감이 있는 중견이다. 정근찬 작가의 작품은 '무의식과 의식을 반복하며…'란 전시 주제처럼 색깔과 질감으로만 이뤄졌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감이 묘한 느낌을 준다.

노혜정 작가의 작품은 얼룩말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봐도 좋아할 만한 것이지만, 제법 묵직한 뜻을 담고 있다. 얼룩말은 야생과 모성을 상징한다. 작품 속 얼룩말은 끊어진 가지 위에 맺힌 물방울, 아슬아슬하게 피운 꽃, 곤히 잠든 강아지 같은 것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모성은 생명체가 공유하는 본능이다. 이는 지구 위에 사는 어느 종족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언어일 테다. '공존의 사유'란 전시 제목이 유독 와 닿는 이유다.

전시는 20일까지다. 문의 055-271-5150.

▲ 사천 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레지던스사업 결과보고 전시. /이서후 기자
▲ 사천 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레지던스사업 결과보고 전시. /이서후 기자

◇사천 리미술관 레지던시 결과보고 = 사천시 사천 읍내에 있는 리미술관을 둘러보고 읍내 구경을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사천 읍내는 정겨운 시골 마을 풍경과 현대적인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요즘 사천 읍내와 그 주변으로 예쁘고 개성 있는 카페나 펍(서양 스타일 술집)이 제법 생기기도 했다.

지금 리미술관 3층 기획전시관에서는 레지던스사업 결과보고전 '성과를 기록하다'가 열리고 있다. 올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지원 사업으로 리미술관에 입주한 김경민, 서동진, 지민경, 최보은, 하지혜 작가가 입주 기간 작업한 결과물을 내보이는 전시다.

이 젊은 작가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내게 위로가 되는 것들'이다. 작가마다 장르와 작업 방식이 다르니 결과물도 다양하다. 실제 전시장을 가보면 전시실을 쪼개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다시 분할해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마치 미로를 돌아다니는 느낌인데, 벽을 돌아서면 새롭게 펼쳐지는 작품들로 나름 설레는 기분이 든다.

전시는 25일까지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문을 닫으니 유의하자. 문의 055-835-2015.

▲ 민미협 경남지회 주최 창동예술촌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전. /이서후 기자
▲ 민미협 경남지회 주최 창동예술촌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전. /이서후 기자

◇창동예술촌 부마항쟁기념전 = 여러 갤러리가 모여 있는 창원 창동예술촌은 전시 나들이를 하기에 언제나 좋은 곳이다. 골목 구석구석 숨은 갤러리를 찾는다는 기분으로 돌아다니면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는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전시로 '어게인 10월의 소리'가 열리고 있다. 부마항쟁기념사업회가 아닌 민족미술인협회 경남지회가 별도로 준비한 것이다. 정원식, 신미란, 신희경, 이경미, 장준근, 강경화, 이경민, 김영관, 박현효, 정광희, 김순기, 김형대 작가가 민주화 역사에 대한 자기만의 해석을 담아 작품을 걸었다. 실제 부마항쟁의 역사가 서린 창동 골목에서 열리는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겠다.

전시는 13일까지다. 문의 055-222-2155.

▲ 창원 맛산갤러리에서 열리는 라인크로키전. /이서후 기자
▲ 창원 맛산갤러리에서 열리는 라인크로키전. /이서후 기자

◇맛산갤러리 누드 크로키전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낡은 버스 차고지를 새로 고쳐 만든 유명한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주차장이 넓은데 그 아래에도 독특한 공간들이 많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한 곳이 맛산 갤러리다. 실제 맛산의 맛 자는 'ㅏ' 가 아니라 현대 국어에는 없는 '아래 아'로 표기한다. 마산이라는 지역성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 이곳에서는 라인크로키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라인&라인크로키미술협회라는 단체에서 열었다. 마산 지역에서 미술을 전공하거나 취미로 하는 미술인들이 매주 한 번씩 모여 누드 크로키를 그리는 모임이다. 실제 전시장에는 회원 10명의 누드 크로키 작품이 걸렸다. 작가의 작업 방식, 개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의 누드 크로키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31일까지다. 문의 010-5165-6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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