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땐 '마시면 바보돼' 꾸중 '밀크와 블랙' 자판기 추억도
처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오묘하고 신비한 맛의 세계

커피 좋아하나요? 좋아한다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세요? 우리나라는 커피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커피 사랑이 대단하죠. 일할 때나 이야기할 때 밥 먹고 나서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십니다. 신상 카페를 찾아다니거나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드는 사람도 많죠.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지 않았던 시절, 우리는 뭘 마시고 어디서 이야기를 나눴을까 말이죠. 커피 한 잔 마시며 함께 커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김민지: 선배는 언제 커피를 접했어요?

이서후: 고등학교 때 자판기 커피를 많이 먹었지.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빵과 밀크커피를 사 먹었어.

김: 어릴 때 엄마는 저한테 커피 마시면 바보 된다며 못 먹게 했어요. 원래 그런 말 하면 더 마시고 싶잖아요. 어떤 맛인지 참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어른들이 먹다 남긴 커피를 몰래 먹기도 했어요.(웃음) 전 중고등학교 다닐 때 잠이 오면 가끔 먹었어요. 밀크커피요. 그럼 아메리카노는 언제 먹기 시작했어요.

이: 옛날엔 블랙커피라고 했지. 대학 때였나? 대학 때 대세는 자판기 커피였지. 아메리카노를 처음 먹은 건 서울 종로에 있는 스타벅스에서야. 거부감이 있거나 그렇지 않았어. 사실 자판기 커피를 먹을 때는 프림 때문인지 속이 불편했었거든.

김: 저도 자판기 밀크커피에 익숙해서 그런지 커피 프랜차이즈점에서도 카페모카를 찾았어요. 그게 밀크커피랑 맛이 비슷했거든요. 대학시절 친했던 언니가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는데 우연히 맛을 보게 되면서 그때부터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어요. 원래 단 거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하니 좀 그렇잖아요. 근데 아메리카노를 먹으면 입안이 깔끔해요.

이: 자판기커피는 양이 적잖아. 그런데 스타벅스나 그런 데서 파는 커피는 양도 많잖아. 그게 곧 카페 분위기, 카페 문화와 연결되는 것 같아.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3시간은 보낼 수 있지.

김: 저희 엄마는 제가 마시는 커피 양 보고 놀라요. 무슨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시느냐고.(웃음) 전 톨(Tall·355㎖) 사이즈 커피를 마셔도 부족하던데. 선배가 꼽은 최고의 커피는 뭐예요.

이: 커피가 맛있을 때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먹었을 때? 아, 생각났다. 스페인 일대를 걸었을 때 마신 커피. 그날 새벽에 산길을 2∼3시간 걷고 빈속에 커피를 먹었는데 최고의 커피였지. 손잡이가 달린 기다란 스테인리스 잔에 끓인 커피랑 우유를 넣어 마셨는데 정말 좋았어. 몸이 춥기도 했고.

김: 전 분위가 좋은 카페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먹는 커피요. 그게 좋아요. 특별히 좋아하는 커피가 있나요.

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끔 신맛 나는 커피를 먹기도 하고 매우 피곤할 때는 쓴맛 나는 커피를 마셔. 믹스커피가 당길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 때. 몸 쓰는 일을 하고 나서 믹스커피를 마시면 딱 맞지.

김: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지만 다 못 마시겠더라고요. 전 몇 모금밖에 못 마셔요. 예전에는 어떻게 먹었지? 이렇게 단걸. 요즘에는 커피 원두도 고소한 것, 신맛 나는 것 선택할 수 있잖아요. 왠지 신맛 나는 커피를 먹으면 커피 맛 좀 아는 사람이라고들 생각하던데. 전 너무 신맛이 강한 커피는 못 마시겠더라고요. 약간 산미가 나면 좋고요.

이: 예전에 커피 트럭을 몰고 전국 곳곳을 여행하는 이담 작가가 우리 회사에 온 적이 있잖아. 그때 이담 씨가 경상도 사람들은 신맛보다는 쓴맛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더라고. 고소하면서 쓴 커피 말이야. 뭐 연령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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