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일반부 K1-500m 2위 그쳐
레인 배정 불운에도 "내 잘못"
이어진 4인조 500m서 금메달

불운에 부상까지. 아쉬움 가득한 레이스였으나 '카누 여제' 이순자(41)는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7일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전 카누 여자일반부 K1-500m에서 이순자가 은메달을 땄다.

이순자는 오랜 기간 이 종목 절대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K1-500m에서 전국체전 12년 연속 우승을 기록한 그는 2012년 K1-200m 우승으로 '전국체전 13년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대 중·후반에도 이순자 활약은 이어졌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단체전에만 출전한 2013년, 2015년을 제외하고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이순자는 2관왕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지난해까지 전국체전에서 딴 금메달 수만 28개에 달하는 이순자에게 '1위'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대회 역시 기대가 모이기는 마찬가지. 그 누구도 결승선을 두 번째로 통과하는 이순자 모습을 그리진 않았다.

4개 대회 연속 '2관왕'을 노리는 이순자 레이스는 7일 오전 11시 30분 시작했다. 8번 레인에서 결승을 맞은, 이순자 출발은 순조로웠다. 100m, 200m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던 이순자는 300m를 지나면서 선두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막판 스퍼트까지 더하면 그대로 1위 달성이 확실해 보였던 이순자였으나, 불운은 400m 지점에서 닥쳤다. 수풀에 배 후미 부분이 걸린 것. 열심히 노를 젓던 이순자 흐름은 끊기고 배 속도도 일순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이순자를 바짝 뒤쫓던 대전광역시체육회 조신영이 이순자를 앞질렀다. 남은 100m, 이순자는 선두 재탈환을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진 못했다. 이날 이순자의 최종 기록은 2분 3초 745. 1위 조신영이 세운 2분 2초 912보다 1초가량 뒤진 결과표였다.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카누 경기가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 여자일반부 K4-500m 결승에서 경남도체육회(빨간색 유니폼) 이나래·이순자·김국주·전유라 선수가 금빛질주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카누 경기가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경정공원 조정카누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기 여자일반부 K4-500m 결승에서 경남도체육회(빨간색 유니폼) 이나래·이순자·김국주·전유라 선수가 금빛질주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올 시즌 내내 이순자를 괴롭힌 손목 부상에 뜻하지 않은 걸림돌까지. 그럼에도 이순자는 레이스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순자는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내 잘못"이라면서 "레인 배정 등도 경기 일부다. 올해 손목 부상 등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순자가 보인 '베테랑의 품격'은 K4-500m에서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오후 1시 30분 치른 경기에서 이순자는 김국주(30)·이나래(24)·전유라(28)와 힘을 합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남도체육회의 이 종목 2연패이자, 이순자 개인의 29번째 금메달이었다.

이순자는 "감독님, 후배들 덕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단체전에서 승리해 더 기쁘다"며 "팀워크가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임용훈 경남도체육회 카누팀 감독은 "이순자 선수 외 이나래 선수도 일주일 전쯤 목에 담 증상이 와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카누계 스타 김국주는 K1-200m에서 전국체전 7연패를 달성하는 등 2관왕 영광을 안았다. 남자고등부에서는 창원중앙고 장민혁이 K1-2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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