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며 차별받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라 배워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청소·일용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일하는 노동 현장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불평등이 얼마나 심한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소위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 식당·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계기가 된 열악한 휴게시설이 보도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주목받는 대학이 그런 수준이라는 것은 같은 계통의 거의 모든 일터가 열악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게 한다. 진주시 공동주택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휴게 여건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우리 사회에 관행화된 사회적 약자 일터의 근무 여건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으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절대가치인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경비원·미화원 등이 이용할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진주에서 조사된 대상은 공동주택 의무관리대상 150곳,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135곳이었다. 조사에 응한 곳 중 휴게시설이 설치된 곳은 83%였다. 남녀를 구분한 곳은 113곳이고 냉난방 시설 설치는 63%에 그쳤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곳을 고려하면 비율은 이보다 더 내려갈 것이다. 실제로 관리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힘든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한다. 만약 청소노동자들이 없다면 도시 기능은 금세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공동주택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다른 직종보다 오히려 우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적어도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처음 제안한 진주시의회 류재수 의원은 공동주택 내 청소노동자 휴게실 설치와 냉난방기 구비를 위한 공동주택관리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진주시도 준비를 하는 분위기다. 더는 열악한 조건에서 신음하는 이웃이 없어야 우리 사회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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