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1주기 모임·10회 이선관 추모제 각각 열려
작품 세계 조명, 유품 전시 등 다채롭게 구성·진행

일찍 떠난 시인을 기리기에 가을만큼 어울리는 계절이 있을까. 문득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얼마 전 추모 행사가 열린 두 시인을 기억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가 떠난 지 벌써 1년 = 허수경(1964∼2018) 시인 1주기 추모모임 '혼자 가는 먼 집'이 3일 오후 진주문고 2층 여서재에서 열렸다. 시인 타계 직후 추모행사가 열린 그 장소다.

허 시인은 진주가 고향으로 20대 초반인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이듬해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를 발표했다. 이어 1992년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을 내고는 갑자기 독일 유학을 떠났다. 고대동방고고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받고 독일인 지도교수와 결혼해 독일에 살면서도 문학의 길을 계속 걸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등 시집은 물론 산문, 장편소설, 동화, 번역서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이며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위암 투병을 해오다 지난해 10월 3일 타계했다. 장례는 독일에서 치러졌고, 뮌스터 외곽 발트프리덴 호르스트마르-알트 35번지 233번 참나무 아래 묻혔다.

타계하기 직전 산문집 <그대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 2018년 8월)가 재발간됐고, 타계 후 산문집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난다, 2018년 11월)와 장편소설 <모래도시>(문학동네, 2018년 11월)가 출판됐다.

▲ 진주 초전동 마하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허수경 1주기 추모 전시.
▲ 진주 초전동 마하어린이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허수경 1주기 추모 전시.

허 시인 타계 후 고향 진주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허수경 전작 읽기 모임과 허수경 작품 필사 모임이 만들어져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번 1주기 추모 행사도 이 모임들이 준비한 것이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1년 전 추모 모임 때처럼 많은 이들이 자리를 메웠다. 조구호 문학평론가가 슬픔을 견디는 힘, 몸과 마음의 길을 내용으로 하는 '허수경론'을 발표했고, 참석자들이 그의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가수 이마주 씨는 허 시인의 시로 만든 노래를 불렀다.

행사장 밖에는 시인의 유물 전시도 마련됐다. 진주 본가에 남아 있는 그의 책들,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만든 단어장, 독일 유학 초기에 본가로 보낸 엽서와 편지들을 볼 수 있다. 또 그의 작품필사모임에서 만든 필사본과 캘리그래피 작품도 내걸렸다. 이 전시는 한 달 정도 이어질 예정이니 진주문고에 들를 예정이라면 2층 전시 공간을 찾아보자.

진주문고 외에도 진주시 초전동 마하어린이도서관 한쪽에도 '그녀의 시, 그녀의 책'이란 제목으로 추모 전시를 하고 있다. 소박하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시인을 생각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원고지 형태의 엽서에다 허 시인의 문장들을 필사할 수도 있다.

◇열돌 맞은 창동 허새비 축제 = '창동 백작'이라 불리며 독재정권을 비판한 시를 많이 쓴, 마산 창동의 터줏대감 이선관(1942∼2005) 시인. 그를 기리며 매년 창동에서 열린 창동 허새비 축제가 올해로 열 돌을 맞았다. 지난 2010년 추모 5주기를 맞아 창동, 오동동, 추산동 등에서 활동한 그의 예술을 전체적으로 돌아보자며 시작한 행사였다.

▲ 지난 5일 창동예술촌 도시재생어울림센터서 열린 이선관 추모 14주기 문학심포지엄 모습.
▲ 지난 5일 창동예술촌 도시재생어울림센터서 열린 이선관 추모 14주기 문학심포지엄 모습.

올해 10회 행사는 지난 5일과 6일 창원 창동예술촌 내 도시재생어울림센터를 중심으로 열렸다. 대부분 행사는 5일에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센터 1층 강당에서는 이선관 시인 14주기 추모 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경남대 배대화 교수가 '이선관의 시 : 풍자와 해학'을 주제로 해 특강하는 식으로 이뤄졌는데, 주로 시인의 비속어 표현을 찾아내어 살펴보면서 경박함이 아닌 경쾌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배 교수 특강에 이어 우무석 시인이 나서 토론을 했다.

오후 2시부터는 창동네거리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여는 무대로 허수경 시인 추모 모임에서도 노래했던 가수 이마주 씨와 함께 선우 씨가 노래했고 창동허새비 미술상·문학상 시상식, 주요 인사들의 축사에 이어 야외 음악회 형식의 공연이 벌어졌다. 이 공연에는 3·15뮤직컴퍼니 실내악단과 소프라노 이수미, 소프라노 이영령, 테너 은형기, 바리톤 조승완이 나서 따로 또 함께 다양한 무대를 선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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