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악기 발달해도 '울림'재현 못 해
비싼 것보다 예쁜 기타로 시작하자

기타를 치기 좋은 계절이다. 마루에 앉아 낡은 창으로 불어 드는 바람을 맞으며 기타 줄을 하나씩 튕겨보면 가을 하늘만큼이나 맑고 깊게 울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몇 분 동안 반복해도 전혀 지겹지가 않다. 그러다가 그냥 벽에 기대어 두고 지그시 바라본다. 비록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군데군데 찍히고 얼룩이 졌지만, 몸통은 여전히 우아한 곡선을 자랑한다. 나무 본래의 결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갈라진 칠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반짝인다.

▲ 오래된 기타의 아름다운 모습.  /김태춘 시민기자
▲ 오래된 기타의 아름다운 모습. /김태춘 시민기자

◇악기는 어디서 왔을까

흔히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훌륭한 악기는 사람의 성대라고 말한다. 더 잉크 스팟(The Ink Spots)이 '자바 자이브(Java Jive)'에서 만드는 달콤한 4중창이나 재니스 조플린이 부르는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악기 없이도 아주 멋지다. 하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태어날 수는 없다. 사람의 신체적 능력은 개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노래를 좀 못한다고 해서 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최희준이 부른 '맨발의 청춘'의 주제가부터 이주일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 겸 색소폰연주자 이봉조도 지독한 음치였다고 하니 말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음악도 최초에는 종교적 행위로 시작되었다고 추정한다. 모든 소리는 진동이므로 어떤 특정한 진동이나 울림이 우리 조상들에게는 신비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신비로운 울림이 일정 간격으로 반복되면서 리듬감이 생기고 참여자들이 같이 따라 불러 울림을 증폭시킴으로써 집단의 결속력이 더 강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에서 악기는 사람이 부르는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을 흉내 내며 보조하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긴 시간을 지나면서 처음에는 세 개의 반복적인 음들이 다섯 개, 일곱 개로 늘어나면서 악기도 그에 맞게 발전하였고 악기의 기교도 축적되고 발전했다. 줄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예를 들어보자. 최초엔 활모양으로 나무를 구부려 양 끝에 줄을 걸어 튕기던 것에 통을 달아 줄의 울림을 증폭시켰다. 곧 더 튼튼한 나무를 사용해서 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줄을 다른 음으로 걸어 연주하기도 쉽고 음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악기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마치 집을 짓는 것처럼 울림 통속에 뼈대를 만들어서 울림이 좋으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울림통의 구조를 만들어 간다. 오늘날 우리가 치는 기타가 이처럼 발전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근대에 이르러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넘어서서 오로지 악기 그 자체의 음색과 특성만을 위한 곡이 만들어졌으며, 사람의 목소리는 그저 하나의 요소로 취급하고 다른 악기들이 더 강조되는 곡들도 생겨났다. 20세기에는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마이크가 발명되었고 목소리와 악기 소리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리 파형의 변형도 가능해져서 기존의 악기들로 더욱 다양한 효과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요즘에는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서 연주자도 구별해내기 힘들 정도로 소프트웨어 속의 가상 악기가 원래 소리를 재현한다. 하지만 가상 악기를 다루는 왼손의 마우스는 실제로 연주하는 사람만이 왼손 끝에서 오른손 끝까지 느낄 수 있는 줄의 울림까지 재현해줄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악기를 치는 재미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타자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자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자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자 타자

수박으로 달팽이를 타자

메추리로 전깃불을 타자

개미로 밥상을 타자 타자

풍선으로 송곳을 타자

타지 말고 안아 보자

송충이로 장롱을 안아 보자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싸이버

…….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 산울림

 

◇가장 범용성 높은 악기 '기타'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리코더, 단소, 탬버린, 멜로디언을 제외한다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가 그나마 기타일 것이다. 물론 모든 악기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표현할 수 있는 음의 범위, 악기 가격, 휴대성과 활용성을 생각한다면 기타가 가장 적당하다. 국산 기타는 물론 중국산 기타도 꽤 잘 만드는 편이고 보관만 잘하면 잔고장도 거의 없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기타도 치고 가르치고 하다 보니 어떤 기타를 사야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간단하게 초보자들이 기타 고르는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얼마짜리 기타를 살 건지 정해야 한다. 통기타는 1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까지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다. 기타는 모셔놓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라 치고 놀려고 사는 것이니까 쓸데없이 비싼 것을 살 필요가 없다. 초보자라면 20만 원 안쪽의 기타가 적당하다. 중고 기타도 기타에 큰 문제만 없다면 10만 원 안쪽도 괜찮다. 두 번째는 모양과 색깔이다. 외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타에 애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기타에 애정이 생겨야 소중히 여기고 연습도 열심히 하게 되는 법이다. 예산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예쁜 기타를 사야 한다. 온라인쇼핑도 괜찮지만, 시간이 나면 직접 가게에 가서 잡아봐야 된다. 질은 비슷비슷한 저가 기타지만 손이 좀 더 자신에게 편한 기타가 있다. 공장에서 세팅된 새 기타는 치기가 좀 불편할 수 있다. 기타를 산 곳에서 좀 더 편한 세팅을 부탁하면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

▲ 기타를 연습하는 황동욱 씨. /김태춘 시민기자
▲ 기타를 연습하는 황동욱 씨. /김태춘 시민기자

공연하러 다니다가 가끔 서양인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음악인이 꼭 아니라도 기타든 드럼이든 바이올린이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악기들을 곧잘 연주하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동시에 지루했던 음악수업과 불필요하게 엄했던 음악 선생님이 떠오른다. 별다른 설명도 없이 외우기만 하고 어렵게 외운 것들이 실제 음악이나 악기에서 어떻게 활용이 되는지 연결이 안되다 보니 당연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요즘 학교의 음악 시간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서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있는 황동욱 씨도 "고등학교 때는 주로 수업시간에 클래식 음악 듣고 그 시대 음악가에 대해 배우는 정도였어요. 과외활동도 많이 없었고. 요즘 음악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악기도 배우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수업시간에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악기 하나쯤 가르쳐 주면 어떨까 싶어요"라고 토로한다. 음악으로 밥 벌어먹고 살게 아니라면 음악을 공부하고 악기를 배우는 목적은 '즐거움'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교양과 지식을 쌓는 것도 공부이지만 잘 노는 법을 배우는 것도 공부가 아닐까. 고등학교 점심시간에 음악실에서 칠 줄도 모르는 통기타 잡고 징징거리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다 같이 불렀던 '말달리자'를 생각하니 픽 웃음이 나온다. 그때 좀 즐거웠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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