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탈출 동력인 믿음 만드는 건
결국 '한 발 내딛고 일어서는'실천

우리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이것을 푸는 해법으로 '떠나라, 비우라, 포기하라, 내려놓아라'는 말들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이 말들을 실천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전전긍긍하다가 오히려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우가 더 많을 터입니다. 이러한 말들이 정답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이러한 말들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법은 이론이 아닙니다. 이것은 힘과 실천의 문제이고, 떠나고 비우고 포기하고 내려놓으려는 힘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힘보다 커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의지나 노력보다 그것을 가로막으려는 힘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마음에 간절함이 있어도 이 모든 해법이 불가능한 가능성이 되어 버리고, 탈출이 최선이 아니라 안주에 길들게 되는 것입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탈출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이집트를 탈출하려는 모세와 붙잡으려는 바로 왕의 힘겨루기가 핵심입니다. 여러 차례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장자가 죽는 열 번째 재앙에서 바로가 항복을 하고, 이스라엘을 내보내게 됩니다. 여기서 '열(10)'이라는 숫자는 '완전함과 전체'를 의미하고, 이것은 이 대결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막대기를 든 이스라엘의 힘과 전차로 무장한 이집트의 힘이 비교되지 않지만 해방의 주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해 주셨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바로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애굽 사건은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바로가 억센 팔로 악랄하게 우리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고는 자유와 해방을 말할 수 없습니다.

저항과 탈출을 운운하더라도 힘이 없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힘이 어디서 오는 것입니까? 떠나고 비우고 포기하고 내려놓는 것이 믿음이고, 믿음이 탈출의 동력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믿음을 믿음 되게 하는 것이 실천이고, 이러한 실천 속에서 바로와 맞서고 맞서게 될 때 믿음의 힘 또한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항과 탈출을 포기하는 것은 무력함과 같은 것입니다.

저는 20여 년 전에 입은 교통사고로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데 이것이 지금 나를 가장 속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일상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려고 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걷는 것이 무리이지만 걷는 것이 저항이고 탈출이기 때문에 걸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는 '조국'의 늪에 빠져서 네 편, 내 편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지만 누구의 승리가 아니라 내가 붙잡혀 있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를 이기는 것이고, 우리가 모두 자유로워지는 길입니다. 바로를 웃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걸으면서 이 문제와도 함께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이번 가을이 잠잠한 가을이 아니라 일어서는 가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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