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겹쳐 거래량 급감
17개월째 폐업이 개업 앞질러
"호황 때 과다 배출한 것 한몫"

"매매·전세 할 것 없이 거래 자체가 확 줄었다. 공인중개사는 수수료로 먹고사는데 수입이 불안해지면서 결국 그만뒀다. 다니던 중개업소도 개점 휴업상태인데, 곧 문 닫을 것 같다."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공인중개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역 경기침체에 따른 주택 거래량 급감으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매월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가 개업하는 인원보다 많은 경우가 1년 6개월가량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17개월째 개업<폐업 =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도내 공인중개사 40명이 새로 개업했으며 61명이 폐업했다. 폐업이 개업을 21명 앞질렀다.

경남은 지난해 4월부터 매월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가 개업하는 인원보다 많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8월까지 이어지면서 17개월째 폐업이 개업을 추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반기(1~6월) 기준 경남지역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자는 2015년 662명, 2016년 790명, 2017년 771명, 지난해 646명이었다. 이 기간 폐업보다 개업하는 공인중개사가 더 많았다.

반면 올해 상반기 공인중개사 폐업자는 559명으로, 폐업이 개업(435명) 수를 124명 추월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개업자 332명, 폐업자 506명으로 폐업이 174명이나 앞질렀다.

그간 도내 공인중개사 수는 2009년 3699명에서 2010년 3909명, 2011년 4239명, 2012년 4408명, 2013년 4611명, 2014년 5190명, 2015년 5775명, 2016년 6257명, 2017년 6627명으로 매해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개업자보다 폐업자가 더 많아지면서 지난해 공인중개사 수는 6586명으로 전년보다 41명 줄었다.

◇부동산시장 침체·지역 경기 악화에 거래량 급감 = 도내 공인중개사 폐업이 늘어난 요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조선업 등 지역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지역경기가 악화되면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남의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3040건으로 전월(3291건)보다 7.6% 감소했다. 5년 평균 대비로는 30.1% 줄었다. 상반기 주택 매매 거래량은 1만 8515건으로 전년 동기(1만 9500건)보다 5.1% 감소했다. 5년 평균 대비로는 35.9%나 줄었다.

거래량 감소로 인해 미분양도 쌓이고 있다. 8월 말 기준 도내 미분양 주택은 1만 4078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이다. 무엇보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3207가구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9월 공인중개사 일을 시작했다가 1년도 채 못하고 그만둔 이모(38·창원 마산합포구) 씨는 "부동산 규제 정책과 함께 지역산업 침체로 거래가 급감했다"며 "지난겨울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한 지인도 올여름 가게를 내놨다. 그마저도 안 나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남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차고 넘친다. 창원은 미분양 물량이 전국 1위다. 경기가 안 좋으니 주택 거래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유지가 안 되니깐 영업할 이유가 없다"며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도 한몫했다. 경남이 한때 호황을 누리면서 신규 개설자 등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시장이 과포화 상태가 되면서 폐업이 점점 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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