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장애인포럼 인권토크쇼
경험담 공유·인식개선 토론

창원에 사는 박병열 씨는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는다. '운동선수' 박병열 씨는 씻고 체육관에 가서 보치아 경기 연습을 한다. 이어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학생' 박병열 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남성' 박병열 씨는 여자친구와 야구 관람 데이트를 한다. 용지공원에서 산책 후 고깃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다. 술자리에서는 친구들과 결혼·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신랑' 박병열 씨는 박수갈채 속에서 결혼식을 치른다.

그는 휠체어나 활동보조인 없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박병열'이다.

이는 지난 2일 경남장애인포럼 주최로 열린 '장애인권토크, 인권을 말하다'에서 상영된 영상이다. 이날 토크 행사는 장애인의 경험담을 통해 주체적인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개선하고자 마련됐다. 이상호 서울 양천구 사람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대표, 김경영 경남도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주최로 2일 오후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장애(인) 인권토크 '인권을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인권토크에 참석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권희 상임대표의 사회로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경남장애인인권포럼 주최로 2일 오후 경남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장애(인) 인권토크 '인권을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인권토크에 참석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이권희 상임대표의 사회로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이상호 소장과 남정우 대표는 장애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차별, 인권 문제에 대해 털어놨다. 김 의원은 여성운동가로서, '인권'을 위한 장애운동에 대해 말했다.

이상호 소장은 "학력고사로 대학에 진학한 세대다. 체력장 점수 20점을 못 받는 불이익을 받고도 합격했지만, 대학에서 거부해 입학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21세까지 나에게 장애는 완전한 저주였다. 그동안 삶에서 장애는 단 한 번도 긍정적인 면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반에 장애학생이 있으면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든 같은 반에 배정되지 않게 하려고 애를 쓴다. 반면 영국 비장애인 학생의 부모는 서로 먼저 장애학생이 있는 반에 아이들을 보내려고 한다"며 "배려를 배우도록 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통하고 통합하는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우 대표는 "2015년 창원CGV에 4DX 영화를 보러 갔다가 장애인이라며 거부당한 일이 있었다. 실제로 CGV 규정은 혼자 이동이 어렵거나 심장·척추 질환이 있으면 입장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해 11월부터 해를 넘겨 3월까지 영화관 앞에 현수막을 걸고 서명운동을 했고, 경남도민일보 1면에 보도도 되면서 3년이 지나 전국 CGV 4DX 상영관에 장애인이 입장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불편한 것을 개선하려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경영 의원은 "여성운동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요구를 받아주지 않는다. 누군가 죽어야만 그 처절한 심정을 알아줬다"며 "여성운동과 장애운동은 상당히 닮았다. 결국, 인권운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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