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쏟아진 물폭탄에
저지대 창원·통영 침수 속출
거제·고성서 정전 누수 발생

18호 태풍 미탁이 할퀴고 간 경남지역은 농경지와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는 총 647건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침수 피해는 393건에 달했다.

태풍은 3일 새벽 경남지역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갔고 기상청은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경남 전역에 발령한 태풍경보를 해제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경남지역에는 평균 201.7㎜ 비가 내렸다. 합천 255㎜, 의령 252.3㎜, 산청 246.8㎜, 고성 240.3㎜, 함안 227.3㎜, 남해 212.9㎜, 통영 217㎜, 하동 207.1㎜, 진주 202.4㎜로 강우량이 많았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큰비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 등 침수 피해가 컸다. 특히 저지대가 많은 창원시와 통영시에 침수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2일 오후 7시 통영시 인평동에서는 산사태가 나 주택이 침수되는 등 주택 7곳과 상가 3곳이 피해를 봤다. 창원지역에는 주택 8곳과 상가 4곳, 창원 호텔 1곳 등의 건물 침수 피해가 집계됐다.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과 해운동 일대가 침수되어 차량들이 불어난 빗물에 잠겼다. /박일호 iris15@idomin.com
▲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과 해운동 일대가 침수되어 차량들이 불어난 빗물에 잠겼다. /박일호 iris15@idomin.com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우(33) 씨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순식간에 잠겼다. 행인들도 돌아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도로가 침수됐지만 경찰이나 공무원이 나와 도로 등을 통제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2일 오후 9시께 월영동을 지나던 박서윤(35) 씨는 차량 침수 피해를 당했다. 박 씨는 "도로에서 20분 정도 머물렀던 것 같다.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이 물이 불어나면서 차량이 침수됐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등 지역에서는 강풍과 폭우로 교통신호등이 꺼지고 일대 도로에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또 일부 지하차도에도 물이 차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

다만 침수피해가 잦았던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일대와 마산어시장 일대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

용원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태풍이 많은 비를 몰고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 많았는데 물이 가게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어시장 상인들도 도로 침수 등은 있었지만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진주에서는 반성천 수위가 상승하면서 사봉·진성면 일대 30가구 주민 60여 명이 지난 2일 오후 8시 사봉초교에 대피했다 귀가했다. 또 의령군 유곡면 신촌리에서는 도로 침수로 10가구 주민들이 대피했다 3일 새벽에 귀가했다. 통영에서는 광도면 적덕마을에서 2가구, 명정동에서 주택 2가구 침수피해가 났다. 광도면 장애인복지시설에서는 23명이 마을회관과 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통영중앙시장 상인들도 물이 가게로 들이쳐 냉장고 등이 고장났다.

박경순 통영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오후 5시 40분부터 6시까지 불과 20분 만에 물폭탄이 떨어지면서 빗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며 "냉장고와 에어컨이 고장났다"고 했다.

도심에 이처럼 오후 7시를 전후해 물폭탄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배수로 등이 강우량을 소화해내지 못하면서 도로와 주변 상가·차량 등이 침수된 것이다.

밤사이에 통영 도산면 통영정신병원과 거제 거제면사무소에 정전사고가 나기도 했다.

학교 등 도내 교육 시설 15곳도 비가 새고,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다. 경남도교육청은 3일 초·중·고 14개교와 직속기관 1곳에 누수, 침수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집계했다.

고성 회화초교 강당 누수, 거제 양정초교 병설유치원 누수, 밀양 나노마이스터고 신관·운동장 침수, 담장 파손, 토사 유입, 통영 유영초교 외벽 마감재 떨어짐, 통영 충무여중 본관동 교실과 복도 침수, 경남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6층 누수 등이다. 도교육청은 피해 학교와 시설에 대해 빠른 복구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3일 낙동강 인근 마을인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리 강변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3일 낙동강 인근 마을인 밀양시 삼랑진읍 삼랑리 강변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2일 오후부터 3일 오전 사이 의령 정암교, 합천 황강교, 밀양 용삼동 구간, 함안 낙동강변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밀양 삼랑진교에는 3일 오전 8시 50분 홍수경보가 발령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3일 오후 5시 기준 의령 정암교와 밀양 용삼동 구간에 발효된 홍수주의보는 해제했다.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 2~3일 사이 침수 피해 신고는 393건(주택 275, 상가 74, 도로 44)이나 들어왔다. 침수된 44곳 도로는 한때 통행이 제한됐다가 대부분 해제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