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바탕 평균 17세 학도병 그려
참혹한 전쟁 상황 속 평화 메시지

1950년 9월 14일, 인천상륙작전 D-1.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바다 위에 문산호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이명준 대위가 이끄는 유격대와 전투 경험이 없는 학도병을 태운 문산호는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을 위해 장사리로 향한다.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에 불과했던 772명 학도병이 악천후 속에서 상륙을 시도한다. 저 멀리 장사리 모래밭이 보인다. 해치가 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군의 총알이 쏟아진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곽경택·김태훈 감독)은 군번도, 머리를 보호해 줄 방탄모도 지급받지 못한 채 교복 모자와 낡은 총, 최소한의 식량을 가지고 문산호에 몸을 실은 어린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게 700명이 넘는 학생들은 인천상륙작전의 연막작전으로 사지로 내몰렸고, 영화는 이름 없이 스러져간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집중한다.

몇 차례 등장하는 전투장면은 적군과 아군의 구분 없이 처절함만을 표현한다. 군복 색깔만 다를 뿐 이들은 총 쏘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몸과 몸을 부딪친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처연한 비극만이 흐른다. 덕분에 영화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아닌 반전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이는 피난 오던 중 폭격으로 온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성필(최민호)의 이야기로 극대화된다. 복수를 위해 자원했다는 성필은 피난 떠나던 날, 감자를 한 보따리 챙겨주던 사촌동생과 장사리에서 적군으로 마주한다. 반가움도 잠시, 성필과 사촌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다. 북한군의 포로가 된 경기고 학생은 기관총에 발을 묶인 채 아군인 남한군을 공격하도록 내몰리고 결국 숨을 거둔다. 전투 직후 성필이 발견한 교복 속 그의 편지는 과연 전쟁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 영화 <장사리> 주요 장면. /스틸컷
▲ 영화 <장사리> 주요 장면. /스틸컷

치열한 전투를 비추던 카메라는 이내 핏빛 파도에 실려가는 장사리 해변의 수많은 학생모를 그저 담담히 바라본다.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한다. 그러나 싸워야 하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라는 허버트 후버의 이야기처럼 영화는 전쟁을 벌인 세대와 희생된 세대의 이야기를 교차 편집하며 반전의 메시지를 더욱 부각한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어쩔 수 없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바로 '엄마'라는 이름 때문이다.

"새끼 새끼 하지 마라. 우리 엄마 새끼라고."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섰으나 극한의 공포에서, 극도의 배고픔 속에서 '엄마'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

"멋지게 살았을 놈들입니다. 사람들이 꼭 기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의 것이고,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할 때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반공이 아니라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북한 군인을 '악의 축'처럼 묘사한 대목을 들어내고 동족상잔의 비극을 강조했다.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이룬 업적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 <통증> 등의 작품에서 과잉의 감정을 드러냈던 전작들과 달리 곽경택 감독은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포화 속으로>의 김태훈 감독과 호흡하며 메시지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들의 의도는 관객들에게 무난히 전달된다.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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