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고유성·특성 지녀 입법권·예산 등 자율성 절실"
김경영·한옥문 도의원 강조 지방자치법 조속한 개정 촉구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이는 멀리하는 게 좋다. 정치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조건을 다룬다. 입시제도, 세금, 취업, 채용 원칙, 미세플라스틱 문제 등등 정치가 아닌 게 없다. 정치를 포기하는 건 더 나은 '우리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정치를 고작 300명에게만 맡긴다. 국회의원 300명이 결정하면 끝이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도 70년이 지났다. 지방자치는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중단됐다가 1991년 부활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무이양 30%, 재정이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2할 자치'라는 비아냥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방의회에서 주민들을 위한 조례 하나 만들려고 해도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 조항을 넘을 수 없다.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우리 삶을 바꾸는'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의회가 살아나야 하는 까닭이다.

◇자치분권 '시작과 끝' 지방의회 = 제11대 경남도의회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지난해 7월 도의회 개원 직후 의원 연구단체인 자치분권연구회(회장 한옥문)가 꾸려졌고, 올해 5월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영)도 구성했다.

▲ 김경영 도의회 자치분권특위 위원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김경영 도의회 자치분권특위 위원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역에서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하다 지난해 도의회에 입성한 김경영(더불어민주당·비례) 위원장. 김 위원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했다.

"법령대로만 해야 하니까 지방의회 자율성이 너무 미약합니다. 지역 고유 조례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앞에 딱 막힙니다.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의회를 열 수 있는 횟수까지 정해놓고 있어요. 이게 무슨 지방자치입니까. 그나마 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보좌관을 둘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이거라도 빨리 통과돼야 하는데, 국회의원들에게 과연 자치가, 분권이 중요할까요? 내년 4월 총선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이 자치분권을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자치입법권과 스스로 재정을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이상 지방정부는 일개 '단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도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들은 늘 바쁩니다. 국비를 따고자 '동분서주'합니다. 지방세만 갖고 사업을 해나가기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비가 와도 매칭을 해야 하고, 항목별로 쓸 수 있는 곳이 정해져 있습니다. 지역에는 아무런 쓸모없는 예산도 막 내려옵니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예산을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방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입법권과 함께 재정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명실 공히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 한옥문 도의회 자치분권연구회장. /도의회
▲ 한옥문 도의회 자치분권연구회장. /도의회

한옥문(자유한국당·양산1) 회장도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의 획일화도 경계했다.

"지방의회의 조례를 법률이든, 법령이든 틀 안에 가두려는 것은 과도한 제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지금도 잘못된 조례는 여러 가지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기초단체의 제정 조례는 상위 기관인 광역단체에서 검토 후 효력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조례 제정으로 문제점이나 여러 가지 혼란이 예상되면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법제처를 거치는 절차 또한 있습니다. 지방은 각양각색의 고유성과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잘 살려서 경쟁력과 차별성 있는 지역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지방자치법은 전국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합니다. 고작 구분한다는 것이 선거인수, 인구 기준 조정 등 아주 제한적인 것이 현실입니다. 광역지방정부의 예산과 입법권, 인사 등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 틀 안에서 각각 기초지방정부의 특성에 맞는 자치를 통해 유기적인 협력 관계로 광역단위의 완성된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치의 세월을 끝내고, 마을자치로 가자" = 김 위원장은 자치분권과 관련해 올해 스위스를 다녀온 적이 있다. 주민이 무엇이든지 스스로 하려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부럽기만 한 건 아니라고 했다. 경남도 실험과 준비, 시행착오를 겪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약 2만 명이 사는 스위스의 한 지역을 둘러봤는데, 거기에는 우리처럼 소방공무원이 없었습니다. 주민이 자체적으로 소방대를 꾸렸더라고요. 자기 동네 일을 스스로 한다는 게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주민총회에서 조례도 만들고, 예산·결산도 다 하더라고요. 스위스는 지역을 보는 시각 자체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았습니다. 스위스는 기초단체 도시를 중심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좀 더 큰 정부가 보충해 주는 '보충성의 원리'가 잘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두레, 향약, 품앗이 등이 마을마다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게 바로 자치였다고 봅니다. 산업화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자치가 왜곡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만 기다릴 게 아니라 계속 주민자치를 실험하고, 훈련해 나간다면 긴 '통치의 세월'에서 벗어나 '마을자치'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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