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총감독, 국가기념일 지정 첫 기념식 포부
"지역민 자긍심 일깨우고 전국에 역사성 알릴 것"

'자긍심과 연대.'

오는 16일 창원에서 열리는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의 핵심 단어다. 이번 기념식은 부마민주항쟁이 40년 만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열리는 정부 차원의 첫번째 기념식이다.

제40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총감독을 맡은 이창재(52)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부마항쟁 참가자들을 무대에 올려 위로하는 따뜻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축하식'에 참석하고자 창원을 찾은 이 감독을 만나 40주년 부마항쟁 기념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들여다봤다.

이 감독은 마산 출신으로 2017년 5월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를 개봉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개봉 시기가 맞물려 이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60만 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고, 누적 관객 수는 185만 5515명이다. 마산과 영화의 연결고리는 부마항쟁 기념식으로 이어졌다.

▲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첫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총감독을 맡은 이창재 중앙대학교 교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첫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총감독을 맡은 이창재 중앙대학교 교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 감독은 "국가 행사를 기획한 적이 없어 제안을 여러 번 고사했었다. 고호석 부마민주항쟁재단 상임이사가 '나도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출연했는데, 이제는 당신이 갚을 차례'라고 말해 '공부하면서 따라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어려운 과제지만 같이 재밌게 준비 중"이라고 했다.

부마항쟁은 부산·마산 시민들이 유신 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대규모 민주화 운동임에도 지역에서조차 소외돼왔던 게 사실이다.

부마항쟁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민주항쟁 정신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부마항쟁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다. 이 감독의 고민과 목표 지점도 이와 같다.

이 감독은 "마산은 3·15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4·19혁명을 촉발했고, 박정희 신체제가 공고화됐을 때 부마항쟁을 통해 전국적 규모 민주화 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국토 변방에 있는 마산이 역사 전환점마다 중심축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마산 사람들은 큰 자긍심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자긍심을 지역사람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게 이번 기념식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40년 전 부마항쟁 주력 세력이었던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치유하는 퍼포먼스에 참여한다. 이 감독은 "부마항쟁 참가자들은 국가기념일 지정이 늦어지면서 신체·정신적 불구 상황에도 가족들에게조차 이야기를 못 했다고 한다. 민주화 항쟁 참여와 고문에도 아픔을 숨기고 살았던 이들을 늦었지만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들이 큰 박수를 받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했으면 한다"고 했다.

부마항쟁 40주년 기념식은 독특하게 5·18기념재단과 연계해 이원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마항쟁의 연속성을 강조하고자 5·18 기념 행사 때도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16일 광주에서도 작은 행사가 열린다. 5월 18일에도 창원·부산에서 작은 행사를 진행해 우리 모두 함께 아픈 역사를 거쳐 이겨 나왔다는 '연대'를 강조하고자 한다. 전 지역에서 대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합류해 부마항쟁 40주년과 국가기념일 지정 기쁨을 함께할 것이다"고 했다.

부마항쟁을 재평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고, 기회는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감독은 "전국은 물론 창원지역에서도 부마항쟁을 아는 시민은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기념식과 이후 확산하는 미디어를 통해 경남지역에서만큼은 시민 50%가 부마항쟁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도민 절반이 안다는 정도가 아니라 역사의 중심이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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