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모바일 형태 사용하기 번거로워
우선 전체 사용자 확대에 정책 집중을

우리 가족은 온누리상품권을 거의 매달 산다. 대형마트 이용이 익숙한 나와는 달리 부모님은 어시장 등 전통시장에서 대부분 장을 보기 때문이다. 노점 좌판에서 파는 콩나물도, 두부도, 생선도 온누리상품권으로 산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지난 추석 '할인율 10%로 확대'라는 모바일상품권은 그림의 떡이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만들었다. 2009년 처음 선보였으니 올해로 10년 됐다. 지류(종이), 전자(카드형), 모바일 상품권이 있다. 종이 상품권이 편리하게 사용되지만, 명절 무렵 할인율을 확대하면 할인받은 상품권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문제가 대두되곤 했다. 전자상품권이나 모바일상품권은 구매·사용 편리성과 상품권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관계기관은 설명한다. 하지만 정말 사용이 편리한지는 모르겠다.

2015년부터 추진 중인 '온누리전자상품권 활성화 사업'이 상인들의 무관심 등으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용주 의원(여수 갑)은 지난 25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현재 온누리전자상품권 가맹점포 수는 전체 24만 7740개 중 9만 4253개로, 전체 가입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입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인천시로, 1만 3323개 점포 중 가맹점포 3916개, 점포수 대비 29.4%에 그쳤다. 두 번째로 낮은 지역은 경남이었다. 2만 1376개 점포 중 가맹점포 6503개로 30.4% 가입률을 기록했다. 도내 지역 중에서는 창녕군이 8.5%로 10%에도 못 미쳤으며, 창원시가 38.4%로 경남 평균에 턱걸이했고, 통영시가 46.7%로 도내에서는 가입률이 가장 높았다. 이 의원은 상인들이 세원 노출 부담 등으로 현금 결제를 선호하고, 종이상품권 대비 전자상품권 인지도가 낮아, 결제 인프라와 전통시장 가맹점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모바일상품권은 그냥 건네면 끝나는 종이상품권과는 다르다. 별도의 단말기 등이 필요하다.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좌판 상인들까지 일일이 결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즉 일상적인 장보기에서는 전자·모바일상품권은 '이용 편리성'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전자·모바일 상품권 이용률을 높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에 종이상품권이 '건강하게' 정상 유통된다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전자·모바일상품권으로 돌리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일 아닌가. 단순히 상품권 할인율 조금 올려서 전통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종이상품권 소비자를 전자·모바일상품권으로 이동시킬 게 아니라, 전체 온누리상품권 사용자를 확대해야 한다. 즉 전통시장을 보다 많이 찾게 해야 한다.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와 상인, 소비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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