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익명 폭로에 시끌
부조리 퇴출 공감대 확산

경상대학교에서 구시대 악습이자 군대문화의 일종인 일명 '똥 군기' 행위가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모 학과 1학년으로 추정되는 한 학생이 익명으로 경상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선배들에 의한 군기 잡기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글에서 "선배들의 호칭은 남녀 구분 없이 '행님'. 혹시라도 '형'이나 '형님'이란 호칭을 쓰면 혼났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고 "체육대회 때는 억지로 먹걸리 한 통을 먹이고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장을 뛰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술자리에서 휴대전화 사용금지, 1학년 1학기는 자전거 사용 금지, 슬리퍼 신고 외출 금지 등 다양한 똥 군기를 폭로하면서 선배들의 명령에 불복하면 욕설을 듣고, 얼차려를 받기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다른 학과도 다르지 않다는 증언이 나옴과 동시에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지난 25일 경상대학교 곳곳에 붙은 '학교 내 군기 문화' 폭로 대자보. /독자 제공
▲ 지난 25일 경상대학교 곳곳에 붙은 '학교 내 군기 문화' 폭로 대자보. /독자 제공

사회대 학생 ㄱ 씨는 25일 중앙도서관 뒤편 게시판에 '학내 군기문화 더는 방조할 수 없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ㄱ 씨는 글에서 "나도 군기문화를 겪어왔다"며 "학내 군기 문화는 특정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몇 선배들은 입학 후 개강총회, 새내기새로배움터, MT, 체육대회 등에서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요하고, 남학생들을 새벽 축구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학생들에게 (체육대회) 응원 등을 강요하고, 늦거나 화장을 하지 않으면 응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며 "한 선배가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러 달라 해 부르니 '싸가지가 없다'는 등 욕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ㄴ 씨도 대자보를 붙여 "군기 문화의 최절정은 대면식이다. 1학년 때는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를 박고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인사했다"며 "3·4학년이 되어서는 강압적 분위기에 시달리는 후배들을 보며 미안한 이런 문화를 바꾸고자 제안하기도 했지만 '전통'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고 밝혔다.

그는 "군기 문화를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군기 문화는 악습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조리함 속에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도 그 문화에 익숙해질 것이다. 군기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하고, 답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군기 문화 논란을 촉발한 모 학과는 지난 23일 군기문화를 막고자 세 가지 이념을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생활문화규정을 도출했으며 모든 학생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서약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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