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 여부에 생계 달린 사람이 있는데
제3자에 가까운 이들이 정하는 게 옳나

신세계 스타필드 입점을 다루는 창원시 공론화위원회가 시끄럽다. 최근 소통협의회 반대 측이 시민참여단 구성 비율에 대한 불만으로 대거 이탈했다. 이를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이기적인 행동이며, 명분 없는 비겁한 처사'라고 비판한다. 반대로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면 그랬겠나' 동정 어린 시선도 있다. 혼란스럽다. 고민은 깊어졌고 결국 근본적인 부분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스타필드 입점을 공론화위에서 다루는 게 옳은 것일까? 공론화를 통해 논의했던 사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현안은 당장 피해를 보는 사람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 현재가 아닌 가까운 미래의 일이라는 것이 스타필드와 차이점이다. 또 대부분 공론화 사례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거나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사안을 다루지만 이번 건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스타필드는 피해 대상이 더 뚜렷하다. 그리고 곧장 눈앞에 다가올 현실이다. 뒤집어 보면 피해가 예상되는 당사자가 있지만 그들의 운명을 제3자에 가까운 시민들이 결정하게 된다. 혹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수단으로 진행 중인 공론화가 피해 대상자의 방어권을 빼앗고, 강제 무장해제시키는 또 다른 폭력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미 절차가 진행돼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이뿐 아니다. 소통협의회 반대 측이 말하는 시민참여단 구성도 쉽게 듣고 흘릴 문제가 아니다. 공론화 과정은 대부분 시민참여단을 뽑고 이들이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찬반 의견과 건의안까지 포함한 권고안을 도출하는 형식이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는 1차 표본조사에서 나온 여론 결과대로 찬성·반대·유보 비율을 적용해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반면 충남 서산시자원회수시설 공론화, 지난해 부산 간선급행버스 정책은 찬성-반대-유보 비율을 1 대 1 대 1로 추출해 시민참여단을 꾸렸다. 창원시는 전자의 사례를 따랐다. 1차 표본조사의 여론 결과에 따라 지역, 나이, 성별 등을 안배해 220명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층화추출법이라는 이론적 기법으로 시민 민심을 훼손 없이 제대로 파악할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라니 감히 반박하기 어렵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 계속해서 비집고 나오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며칠 전에 대학에 다니는 딸에게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스타필드에 대한 의견은 어떠냐고 분위기를 물었다. 열에 여덟은 찬성한단다. "스타필드가 생기면 쇼핑과 문화생활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 편할 것이다. 놀거리가 많아 자주 갈 것 같다. 창원 같은 광역시급 도시에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것이 현실이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이런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한 표와 가족의 생계가 달린 사람의 한 표. 과연 그 무게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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