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경기도 파주시·연천군에 이어 지난 23·24일 김포시·파주시 돼지농장에서도 잇따라 양성 판정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네 번째 발병 사례이자 한강 이남에서 발생한 첫 사례이다.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돼지고기 도매가에 이어 소매가도 올랐다. 축산물직거래장터를 포함해 일선 정육점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기 전 비축해둔 물량이 소진됐다. 대형마트 등도 기존 물량이 다 떨어지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 위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인체 감염이 안 돼 무해하고, 유통 전 모든 돼지고기를 도축장에서 검사해 안전한 고기만 시중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축산물직거래장터 업주는 "손님들이 찜찜하다고 말하거나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면서 염두에 둔 건 하나였다.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지 말자는 것. 먹고살기 팍팍한 현실을 달래주는 건 그래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쓴 기사가 서민 불안감을 키우는 건 바라지 않았다. 영세 자영업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의심 신고 접수 → 음성·양성 판정 → 일시 이동 중지 명령 → 예방적 살처분과 방역 조치 → 의심 신고 접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내가 쓴 글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는 약속이나 한 듯 반복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정부가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따라서 말이다.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주지 말자는 나와의 약속도 없던 일이 돼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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