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밀양출신 안창홍 조명…연대기·지역성 연계 아쉬움
창동예술촌, 최태호 도예가가 모은 작고 작가 14인 작품 한자리에

지역 작가 조명하는 일은 지역 공공미술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거나 기존 작가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은 그대로 지역의 훌륭한 문화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경남도립미술관과 창동예술촌 아트센터에서 진행하는 지역작가 조명전은 지역민들이 한 번쯤 들러보기 좋은 전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전시이기도 하다.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지역 작고 작가 조명전에서 작품 소장자인 최태호 도예가가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지역 작고 작가 조명전에서 작품 소장자인 최태호 도예가가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밀양 출신 1세대 민중미술가 = 경남도립미술관이 5일부터 1, 2층 전시실을 통틀어 여는 지역작가 조명전 '안창홍 : 이름도 없는'은 밀양 출신 안창홍(66) 작가를 되새겨보는 자리다. 안 작가는 1970, 80년대 우리 사회 모순을 깊이 탐구하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산업화로 무너진 가족사를 주제로 한 '가족사진' 연작, 일반 시민들의 누드를 그린 '베드 카우치' 연작, 민주화 운동과 군사독재 현실을 그린 '새' 연작 등을 통해 우리나라 1세대 민중미술가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 세월 그의 작업은 회화와 사진, 드로잉과 조각을 넘나들며 변화가 심했다. 현재는 유명 갤러리 소속으로 이른바 '잘 팔리는' 작가가 됐다. 특히 2층 2전시실에 걸린 '맨드라미' 연작은 그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의 커다란 작업실에서 그가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하고 있다. 그게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1, 2층 전시실을 가득 채운 '마스크'와 '눈먼 자들' 시리즈다.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을 했지만, 모두 눈을 가리고 있거나 공허하고 텅 빈 것 같은 검은 눈동자를 하고 있어 상실의 느낌을 잘 표현한 작품들이다. 지난 4일 개막식에서 안 작가가 한 설명이다.

▲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안창홍 작가의 '눈먼자들' 연작.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안창홍 작가의 '눈먼자들' 연작. /이서후 기자

"전시 주제가 '이름도 없는'입니다. 이는 존재는 있지만,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죽임을 당하거나 삶의 의미를 잃은 이들을 뜻합니다. 제주 4·3이나 광주 5·18 같은 사건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죠."

이번 전시에 내건 작품은 대체로 지난해와 올해 작업한 것이다. 규모나 표현 방식이 인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공공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지역작가 조명전이란 큰 주제에 어울리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한다. 최근에 만든 작품들도 물론 나름의 의미가 크지만 현재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상업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개인전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지난 세월 그가 왜 민중미술가로서 길을 걷게 되었는지, 격변하던 표현 방식의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경남 혹은 그의 고향 밀양의 지역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하는 것을 좀 더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번 전시 구성이 작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뒷얘기가 있긴하다. 이렇게 볼 때 전시를 준비한 학예사도 힘든 상황에서 나름 고심한 흔적을 남겼다. 2층 특별전시실에 간단하게나마 지난 1970년에서 2000년 사이 그의 작업들을 전시한 부분이다. 이 특별전시실 부분이 1층이나 2층 전체를 차지했으면 더 좋지 않았겠나 싶다. 전시는 12월 4일까지. 문의 055-254-4632.

▲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안창홍 작가의 '마스크' 연작. /이서후 기자
▲ 경남도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안창홍 작가의 '마스크' 연작. /이서후 기자

◇창원 지역 작고 작가 조명전 = 지난 6일부터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도 지역 작고 작가 조명전 '향(鄕) - 기억하다'가 열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창원, 마산, 진해 지역에서 활동한 작고 작가 강신석, 이림, 이상갑, 문신, 최운, 유택렬, 김주석, 류시원, 정상돌, 현재호, 권영호, 남정현, 황인학, 허기태 14인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모두 지역 미술 소장가 최태호(64) 도예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대체로 이름은 다 들어보았을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전시다.

소장자인 최태호 도예가가 그림을 구하게 된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어 색감과 분위기가 독특한 권영호 작가의 작품 '초가'를 고물상 주인에게 산 이야기 같은 것이다. 그가 작가들과 직접 만난 이야기도 재밌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그림과 함께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팸플릿에 작가들의 이력이 다 적혀 있긴 하지만, 작품 곁에도 이력을 함께 적어 두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시는 29일까지. 문의 055-222-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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