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멋있었다. 열정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몸이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일어났다, 손이 피아노를 쳤다 지휘했다. 조성진은 멈출 줄 몰랐다.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도 잊지 않았다. 관객은 그에게 푹 빠졌다. 관객의 열띤 호응과 박수에 조성진은 앙코르곡(브람스 간주곡 가장조 Op.118 No.2)을 연주하며 태풍 속에서 공연장을 찾아온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공연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나라 예술가 성장 기쁨"

◇박찬욱 영화감독 = 박 감독은 클래식 애호가다. 지난 2017년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 출연해 "언젠가는 평소 좋아하는 클래식 FM 진행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고 클래식 음악 관련 커뮤니티에 그의 목격담이 자주 올라온다. 박 감독은 4일 동안 통영서 열린 '조성진과 친구들' 공연에서도 얼굴을 비쳤다.

지난 22일 공연 쉬는 시간에 박 감독을 로비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20대임에도 반주, 실내악 등 폭이 넓고 성숙한 모습을 본 거 같다"며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를 넘어선 예술가"라고 조성진을 칭찬했다. 덧붙여 그는 "옛날 거장의 명 연주를 녹음으로 듣는 거랑 실제 연주장에서 듣는 거랑은 다르다"며 "한 나라의 예술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한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특히 전날 열렸던 조성진 리사이틀 중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으뜸으로 꼽았다.

"젊은 피아니스트 도전 빛나"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 = 노승림 음악 칼럼니스트도 통영을 찾았다. 그는 이날 선곡에 대해 조성진이 잘 알고 잘 칠 수 있는 곡이라고 했다.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d단조 K.466)은 지난해 DG(클래식 레이블)를 통해 발매된 그의 앨범에도 수록됐고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e단조 Op.11)은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 결선곡이다"고 말했다.

이날 지휘자로 데뷔한 조성진에 대해선 "그간 못본 모습이라 좋았다"며 "20대 피아니스트가 지니기 힘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노 칼럼니스트는 그가 이 같은 무대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서 "아마 자신의 자유로움을 펼치고 싶어서 판을 펼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덧붙여 그는 실제 공연을 보고 난 뒤 "템포 등이 유연했고, 자유로움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 지난 22일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휘를 선보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 지난 22일 통영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휘를 선보이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마에스트로 가능성 보여줘"

◇관객 김정호(29·대학생) = 전북 전주에서 자동차를 몰고 온 김 씨는 21·22일 통영에 머물렀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클래식을 좋아하고 20년간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는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와 지휘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합창석 표를 구했다.

김 씨는 "지휘자로서 모차르트와 쇼팽 곡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지 기대가 커 목 빠지게 기다렸다"며 조성진의 지휘자 데뷔 공연을 본 소감에 대해선 "마에스트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무대"라고 밝혔다.

김 씨는 "(지휘자로서)기초에 충실했으며 개인적으로 템포나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에선 정명훈 지휘자의 모습이 비쳤다"며 "피아노를 강하게 치는 것보다 여리여리하게 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쇼팽 피아노 협주곡 중 서정성이 돋보이는 2악장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합창석에 앉아서 그런지 금관악기 소리가 잘 안들려 아쉬웠다"고 말했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예술가"

◇관객 이강원(31·직장인) = 서울에서 온 이 씨도 21·22일 공연을 관람했다. 클래식 애호가인 그는 평소 공연을 보고 난 뒤 SNS에 후기를 남긴다. 그는 "기대 이상인 무대"라고 소감을 밝혔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지휘할 때 중간중간 현이나 관이 튀지 않도록 '쉿' 하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전체적으로 비팅(beating)이 깔끔하고 명확했다"며 "쇼팽 피아노 협주곡의 경우 현을 기반으로 웅장하지만 날렵하고 세련되게 해석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이 씨는 "오늘 지휘자로서 조성진의 훌륭한 데뷔 무대"였다며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오늘을 기반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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