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풍경 핑크뮬리 인기
둑방길 주변 풍경 빼어나
소풍용품 대여·체험행사도

◇요즘은 핑크뮬리가 대세

녹색 또는 갈색 막대에 분홍 솜사탕을 얹은 듯 핑크뮬리가 꽃을 피웠다. 몽글몽글한 느낌은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분홍빛 물결로 일렁인다. 사진 찍는 각도와 햇살이 쏟아지는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질감도 선보인다.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함안 악양생태공원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연출되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여태까지는 가을을 알리는 전령으로 갈대와 억새 그리고 코스모스가 주로 꼽혔지만 이제는 핑크뮬리가 가을의 새로운 전령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 함안 악양생태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분홍빛으로 피어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 함안 악양생태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분홍빛으로 피어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산책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21일 오후 함안 악양생태공원은 핑크뮬리와 함께하기 위하여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은 밀려드는 사람들로 잠시도 빌 틈이 없었다. 아이가 엄마를 찍어주기도 하고 단체로 몰려와서 돌아가며 찍는 또래 모임도 적지 않았다.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카메라에 담았다. 단둘이 찾은 젊은 연인들은 삼각대 카메라 앞에서 서로 두 손을 잡은 채 어깨를 맞대기도 하였다.

갈색뮬리도 심어져 있는데 핑크뮬리가 흐드러지는 듯하다면 갈색뮬리는 어딘지 고급스러운 냄새를 풍긴다. 한쪽 구석에는 해바라기도 무리로 자리 잡은 채 조금씩 꽃을 피우고 있었다. 또 강변 언덕에는 나지막하게 피어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들이 가을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쯤 되면 악양생태공원은 나름 널리 알려져서 더욱 자주 찾도록 하는 단초를 빠르게 마련한 셈이다. 올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생태테마관광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보람을 일찌감치 누리게 된 것이다. 최대 5년 동안 예산 지원이 가능한 이 사업은 지역의 특색 있는 생태자원에 인문적 스토리텔링을 더하여 관광상품화하는 작업이다.

◇두 배로 즐기는 악양루

악양생태공원 바로 옆에는 1800년대 만들어진 악양루(岳陽樓)가 자리잡고 있다.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왔다갔다 왕복으로 잡아도 30분 안팎이면 충분한 거리다. 크지 않은 악양루에 올라서면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아래로 함안천 물줄기가 알 수 없는 깊이로 넘실거린다.

또 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함안천과 남강이 베풀어놓은 풍성하게 너른 들판이 한눈에 안겨온다. 오른편으로 돌아보면 함안천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구물구물 흘러드는 남강 물줄기 좌우로 편안한 습지 풍경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둥글둥글 무리를 이룬 버들이 부드러운 느낌을 안겨주고 갈대와 억새는 가을바람과 어울리며 상쾌하면서도 따뜻한 촉감으로 안기는 것이다.

악양루는 남서쪽을 바라보고 있는 덕분에 해질 무렵에 찾으면 좀더 멋진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보여주는 여러 모습들이 절로 모두 내 몫이 되는 것이다. 또 늦가을에 겨울에 찾으면 볕바라기를 실컷 할 수도 있다. 정오 즈음만 지나면 내내 햇살이 다사롭게 들기 때문이다.

▲ 맞은편 둔치에서 바라보는 악양루.
▲ 맞은편 둔치에서 바라보는 악양루.

물론 여기서 발길을 돌려도 괜찮다. 하지만 횟집 악양루 쪽으로 내처 걸어 악양교를 건너 건너편까지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악양루는 거기 앉아서 내다보는 풍경도 좋지만 맞은편 둔치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썩 멋지기 때문이다.

바위 절벽을 딛고 우뚝한 모습은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고 양쪽과 위에서 우거진 수풀은 지금도 나쁘지 않고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여러 색깔 단풍으로 물들면 더욱 그럴 듯하다. 게다가 여기서는 벼랑 위 악양루에 더하여 함안천 강물에 물구나무선 악양루까지 누릴 수 있다. 이 악양루는 흐르는 물결에 따라 하늘하늘 흔들리며 애잔한 분위기를 물씬 내뿜기도 한다.

◇걷기 좋은 악양둑방

이어지는 악양둑방길도 가을이면 더욱 멋지게 탈바꿈을 한다. 알록달록 조성된 꽃길과 이국적인 풍차 모형으로 이름이 났던 장소였지만 올해는 하천 정비 사업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태풍 지나고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 거침없이 걷기에 안성맞춤인 자리다.

시원한 바람은 악양루나 악양생태공원에서보다 더 불어대기 마련이고 악양루를 감싸는 다사로운 햇살은 여기 악양둑방에서도 여전할 것이고 가슴이 확 뚫리도록 툭 트인 풍경은 여기가 더하기 때문이다. 더 멀리 걸어나가도 괜찮겠고 경비행기들이 내려다보이는 데까지만 걸어도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듯 악양둑방이 멋진 함안은 우리나라에서 제방이 가장 많은 고장이기도 하다. 전부 다 합하면 570km를 웃돈다는데 실은 더 많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남강과 함안천은 물론 그밖에 석교천을 비롯한 크고작은 물줄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악양교 건넌 다음 악양둑방으로 들지 않고 반대편으로 함안천 제방을 거슬러 걸으면 더 멋진 풍경을 누릴 수 있다.

▲ 함안 악양생태공원 전경.
▲ 함안 악양생태공원 전경.

◇악양생태공원은 현재진행형

악양생태공원은 핑크뮬리 말고 다른 것도 갖추어 놓았다. 매점·카페·전망대·쉼터를 비롯한 편의시설은 기본이고 아이들 친화형 상설체험 프로그램으로 수박식빵&수박쿠키 만들기를 우선 선보이고 있다. 홍보를 위하여 무료로 진행하는 10월까지는 이미 대부분 예약이 꽉 찬 상태이고 11월부터 예약(유료)은 10월 1일 시작할 예정이다.(문의 055-580-2583)

이 밖에 내세우는 것은 '처녀뱃사공과 떠나는 에코피크닉'이다. 대표적인 국민가요로 꼽히는 '처녀뱃사공'이 함안 악양에 있던 나루터에서 발원되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내년까지는 악양생태공원과 맞은편 악양둑방 사이를 줄배(나룻배)로 오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첫째다. 이와 함께 별다른 준비 없이 찾아와도 여럿이 더불어 한때를 손쉽게 노닐 수 있도록 피크닉용품을 빌려주고 현지 농산물로 만든 에코도시락을 판매하는 것이다.

또 줄배가 건너가 닿을 맞은편 둔치에는 방문객 참여형으로 접수한 기다림·그리움에 관한 사연을 갖고 지역 예술가들이 조형물을 제작·설치하는 공공 미술 프로젝트와 함께 다목적광장을 조성할 계획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 주민들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도 보탬이 되고 생태관광지로서 내실도 알차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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