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차문화, 중국 종속·독자성 잃어…상업적 이용하거나 본질 등한시한 탓
우리에게도 본디 참된 문화 원류 있어…고려 때 시작된 '선비차'가 바로 그것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10일 자까지 매주 한 차례 4회에 걸쳐 기획 '커피에 밀린 차산업 생존 해법은'을 연재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차와 차문화를 독자적으로 연구해 '차살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으로 집대성한 정동주(73) 선생을 만나 한국 차산업이 나아갈 길을 들어봤다.

"우리는 일본보다 먼저 중국차를 배웠지만 중국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 찻그릇 이름을 부를 때 일본은 라쿠(樂)라는 이름을 독자적으로 창안했다. 반면 우리는 중국말인 다완(茶碗)과 찻잔(茶盞)을 그대로 쓴다. 더 한심한 것은 우리 흙으로 우리 작가들이 그릇을 만들었는데 우리 이름을 붙일 줄 모른다. 완전 노예다."

이달 초 사천시 용현면에 있는 정동주 선생의 집 '동다헌'에서 만난 정 선생은 한국 차문화의 고유한 명칭처럼 사용하고 있는 다도(茶道)에 대해 비판했다.

다도는 중국 당나라 때부터 차문화의 상징적인 이름인데, 1830년 초의선사가 중국의 서적에서 글자를 옮겨 적은 것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졌다. 1970년대 들어 우리 차인 단체들이 명확한 개념 정립이나 역사의식 없이 중국과 일본을 흉내 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차살림학을 집대성한 작가이자 사천 동다헌 시자인 정동주 선생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차살림학을 집대성한 작가이자 사천 동다헌 시자인 정동주 선생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선생이 집대성한 차살림학의 이론과 생활 중 <비교차문화론>을 보면 한국 차문화의 독자성이 이제껏 논의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이 분야 전문 연구자가 양성되지 않았고, 두 번째는 독자성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차문화를 권력의 수단으로 삼거나 단순한 취미생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이나 대학원마저도 자격증을 주는 교육과정 위주로 운영해 차문화의 본질은 등한시한 것.

선생은 한국 차문화의 독자성을 확립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는 고유의 개성을 갖지 못한 채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 소비시장으로 남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는 음식이면서 정신과 역사, 예술, 약리성을 지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문화이자 잠시도 단절된 적이 없는 특별한 문화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우리에게도 독자성, 본디 참된 차문화가 있었다." 정동주 선생이 한국 차문화의 원류를 찾고자 오래 탐구한 결과다.

그럼 중국·일본과 다른 한국 차문화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문화와 관계없던 가야문화에서 수로왕과 황옥의 혼롓날 난액(蘭液)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우리 차문화의 독자성을 인정해야 할 사료로 제시했다.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6세기 때부터 전해진 중국 차문화가 자연스럽게 신라 지배계층에 수용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은 중국의 유학(儒學)에 점령당하면서부터 그 독자성을 잃기 시작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고려 익제 이재현부터 시작해 조선 한재 이목까지 246년 동안 마신 '선비차'를 소개했다.

▲ 차살림학을 집대성한 작가이자 사천 동다헌 시자인 정동주 선생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차살림학을 집대성한 작가이자 사천 동다헌 시자인 정동주 선생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 시대 선비문화를 이끈 사대부들은 언행일치를 실천한 유일한 계급으로, 차를 마실 때의 철학은 차나무가 생긴 식물학적인 생태를 그대로 닮으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중국·일본에 없는 독특한 철학적 뿌리, 나는 그것을 학문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생은 40여 권의 시집과 소설을 펴낸 문학 작가로서 널리 알려졌다. 1966년 겨울 운명적으로 차 문화에 접하게 된 이래 지금까지 차농사도 직접 지으면서 한국 차살림학을 개척한 연구자다.

우리 차 문화사의 흐름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히고자 <차와 차살림>, <조선 막사발과 이도다완>, <다관에 담긴 한·중·일 차 문화사> 등의 책을 발간했다.

이제 차살림학으로 결실을 맺었다. 차에 대한 접근법은 간결하고, 확고하고, 명확하다.

"차를 자본재, 산업으로 생각하면 차를 마시는 사람은 소비자로 끝난다. 하지만, 정신이 담긴 것으로 보기 시작하면 마시는 사람은 수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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