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남지역 치매환자 5만 3653명 추정
도, 안심센터 마련·커뮤니티케어 구축 박차
"질병 아닌 노화 한 과정으로 인식 변화 필요"

9월 21일은 199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 Disease International·ADI)와 함께 제정한 세계치매의날(World Alzheimer's Day)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적 화두로 등장한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도 위협받을 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받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경남도 역시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올해를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추진 원년으로 선언하고 민관이 함께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경남도가 마련한 '경남형 치매관리모델'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외 사례를 비교해 바람직한 추진 방향을 5회에 걸쳐 알아본다.

▲ 경남도가 지난 3월 12일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이현희 기자
▲ 경남도가 지난 3월 12일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이현희 기자

◇고령화 시대의 그늘, 치매 =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관리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고령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늘어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치매환자 증가 속도보다 빠른 편이다. 2015년 63만 명(치매유병률 9.5%)이었던 치매환자 수는 2024년 100만 명(치매유병률 10.4%), 2039년 200만 명(치매유병률 12.3%)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자 1인당 치매관리비용 역시 2017년 기준으로 2074만 원이며 우리나라 전체 치매 관리 비용은 연간 14조 6000억 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0.8%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에는 87조 2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남도와 중앙치매센터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표한 경남지역 치매환자 추정인구는 5만 3653명이며 치매유병률은 10.52%로, 전국 평균 10.16%보다 0.36%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 단위 유병률 상위 3곳은 밀양(11.01%)·사천(11.01%)·진주(10.31%) 순으로 집계됐고, 군 단위는 의령(13.45%)·남해(13.41%)·합천(12.94%) 순이다.

치매환자의 사회·경제적 돌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자 정부는 2008년 치매종합관리 대책(2008∼2014)을 수립하고 2012년 '치매관리법'을 제정한다. 이후 제2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2013~2015)과 제3차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2016~2020)을 수립하는 등 '치매 국가책임제'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경남도 역시 올해 '치매로부터 안전한 경상남도'라는 목표를 정하고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정착을 서두르고 있다.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 경남도는 올해 초 도지사 공약 보고회에서 시·군 치매안심센터 설치·운영과 전수조사를 결정하고 현장방문을 통한 시설·운영·인력 실태를 점검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문가 세미나 개최, 치매 국가책임제 내실화를 위한 법령·제도 개선 정부 건의, 치매안심센터 운영 활성화 대책 수립 등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개발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3월 경남도는 보건복지부·광역치매센터·치매협의체·시설운영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매관리 지역사회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2017년 6월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로 발표하고 나서 추진해온 경남지역 치매 관리사업 현황과 성과,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효율적인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을 개발하려는 취지로 마련했다.

이와 함께 경남도는 오는 2025년까지 치매유병률은 10%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정하고, 치매관리 인프라 확충과 함께 수요자 중심의 보건·의료·복지분야를 망라한 지역사회 돌봄 전달체계인 '어르신 커뮤니티케어'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치매 문제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분야별 구체적인 추진 사업은 보건분야에서 △치매안심센터·치매안심마을 확충 △방문보건사업 연계 △보건(지)소 활용 등이며, 복지분야는 △치매전담형 요양시설 확충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연계 △민간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의료분야는 △치매안심병원 확충을 위한 민간·공립요양병원 연계 등을 포함했다.

▲ 경남도는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남도
▲ 경남도는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남도

◇치매, 편견을 넘어라 = 경남형 치매관리 모델 핵심은 다양한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해 치매 문제를 지역사회에서 함께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보건소)와 복지(사회복지)로 나뉜 행정체계를 긴밀한 네트워크로 통합행정이 이뤄지도록 개편하고, 주민자치와 연계한 주민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원스톱 서비스'를 위해 행정은 물론 마을 단위 지역사회와 연계한 민관 네트워크, 민간·공영의료기관 협조 체계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엮인 '사람 중심의 치매 관리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치매에 대한 인식 변화다.

흔히 치매환자를 '노망 난 늙은이'라고 부르는 편견은 치매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걸림돌로 남아 있다.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맞은 일본은 2004년부터 치매라는 말 대신 '인지증(認知症)'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말이 생각을 담는다는 말처럼 어리석다는 한자를 겹쳐 사용하는 '치매'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려는 취지다. 일본이 인지증으로 용어를 순화해 치매 문제에 접근한 것은 더는 사회와 격리해야 할 질병이 아니라 사회가 보듬어야 할 노화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계치매의 날을 맞아 '치매극복주간'을 정해 경남도를 비롯해 각 시·군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 것은 지금까지 '가족'이라는 제한된 울타리를 벗어나 주변 이웃과 지역사회, 정부가 치매환자와 함께 일상을 나누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취지다.

김봉조 경남광역치매센터장은 "올해가 20개 시·군 치매안심센터 정상운영이라는 인프라를 갖추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경남형 치매관리모델이 지역 곳곳에 뿌리내리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치매가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인을 배려하듯 일상을 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인식 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선진국과 달리 급속한 고령화로 민간 영역보다 공공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소통과 공감의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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