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에 종속되지 않은 역사 탐방"

택배로 받은 이 책, <경남의 기억을 걷다>를 봉투에서 꺼냈을 때 첫인상은 여느 여행 관련 책이나 다름없으려니 했다. 표지에 통영 세병관이 자리 잡은 것에서도 여행 책자 이상의 뭔가를 추측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만든 필진을 소개한 부분을 보고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형진 창원용호고, 유원숙 덕산고, 하상억 김해제일고, 옥서연 창원봉림고, 정혜란 김해가야고, 김정현 김해고 교사들이 모두 하나같이 역사 과목 교사라는 점이다. 그제야 이 책이 경남 지역의 역사를 담은 책임을 알아챘다. '기억'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넣은 이유가 그거였군.

여섯 명의 역사교사가 2005년부터 10년 동안 경남 곳곳을 다니며 답사했고 5년 동안 기록을 정리했다. 총 20곳. '뭍이 되어버린 섬, 섬을 기억하다' 거제를 비롯해 통영 고성 남해 하동 등 해안 도시 10곳과 '천축의 이상이 내려앉다' 양산을 비롯한 밀양 창녕 함안 의령 등 내륙 10곳에 관한 이야기가 가지런히 담겼다.

글쓴이를 대표한 류형진 교사는 머리말에서 "경남에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중앙에 종속된 역사가 아닌 지역의 역사를 바로 살펴보고 싶었다"고 했다. 10년의 세월이 적지 않을 듯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남아 있다. 앞으로 더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책장을 넘기다 보니 사천 매향비, 마산 해운동 월영지, 진해 웅천 왜성, 밀양 삼랑진 작원잔도, 거창 황산마을 등 예사로 지나쳤던 유적이 많이 눈에 띈다. 또 함양 상림, 거창 수승대, 합천 해인사, 진주 문산성당, 김해 수로왕릉 등 익숙한 곳은 익숙한 대로 읽는 재미가 있다. 살림터 펴냄. 2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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