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디자이너 취업 줄낙방
생계수단으로 삼은 청소일
자신만의 인생법 찾는 중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꿈에 맞는 공부를 했고 학원을 다녔다. 부모님 또한 그의 꿈을 응원했다.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다면, 꿈꿔온 내가 되거나 꿈을 꿨던 그 일의 언저리에서 머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

꿈은 멀리 있지만 현실은 발아래서 나를 붙잡는다. 일단 돈을 벌기 위한 직장에 다녔다. 그럴수록 더욱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사직서를 내고 꿈을 위해 다시 도전했다. 그림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원하던 회사에 줄줄이 낙방해서 갈 곳이 없어졌다.

▲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지음.
▲ 〈저 청소일 하는데요?〉김예지 지음.

<저 청소일 하는데요?>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김예지는 27살에 처음으로 청소 일을 시작했다. 동시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만 프리랜서지 일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젠 스스로 책임져야 할 시기임을 너무도 잘 아는 저자는 청소일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것은 그의 선택이자 삶의 방식이다.

그런데 저자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편견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리고 그 고민을 정확하게 바라보고자 이 책을 출간했다. 청소하는 나와 그림을 그리는 나, 생계와 프리랜서의 일을 적절히 조율해 나가기 위한 최선이었다. 하지만 청소일이 창피하고 그림은 전혀 진척이 없는 저자의 이야기가 '그렇지만 어른인걸요?', '괜찮은 척', '도망가고 싶은 마음', '꿈과 직업의 상관관계', '남의 시선을 어떻게 이기나요?' 등 59개의 에피소드로 탄생했다.

청소를 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갑자기 정적이 흐르고, 청소일을 하는 동안 저자의 등에는 호기심 어린 눈들이 오롯이 박힌다. 무슨 일 하느냐고 묻는 상대 앞에서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하고, 때론 "신기한 일 하네요"라는 말도 듣는다.

청소 일로 안정적 수입을 얻었지만 그림으로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늘 마음이 무겁다. 이런 이야기는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청년 실업률이 7.2%(통계청 2019년 8월 현재)인 현실에서 결국 우리가 모두 고민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맞닿아 있다. 내가 살고 내가 버티고 내가 겪어내야 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좌절의 순간에 어쩌면 가장 가혹한 사람은 자신일지 모른다.

저자는 남과 다른 경험들 속에서 생각이 자랐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청소일이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물해 줬다. 그런 이야기들은 책이 되었다. 덕분에 꿈꾸던 그림 그리는 일도 계속할 수 있었다. 결국, 꿈에도 한발 더 가까워진 셈이다. 피하고 싶은 상황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그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저자는 여전히 '타인이 만들어 준 편견과 스스로 만들었던 편견을 이겼다기보다는 견디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을 출간한 이후 작업실도 마련하고 강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저자는 여전히 청소일을 하고 있다.

"저는 아직도 하고 있어요. 여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223쪽. 21세기북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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