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계단 오르며 간접흡연 실감
함께 사는 이웃 고통 생각해주길

주택보다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나 역시 7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다. 신혼집 역시 아파트로 장만했다. 나는 아파트에 살면서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나 역시 어떠한 문제들이 불편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 달 출산을 앞두고 여러 운동을 섭렵 중이다. 그중 하나가 계단 오르기인데,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아파트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 집은 17층이기에 매일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걸어 올라가는 운동을 반복하고 있다. 만삭인 나에게 무척이나 힘든 운동 중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항상 집에서 쉬고 있다 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내용은 거의 같았다. '아파트 공공예절'.

"지속적으로 같은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공공장소인 아파트에서 흡연하시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흡연은 이웃 간 불쾌감을 조성할 수 있는 문제이니만큼 많은 배려가 필요합니다. 이점 유의하시어 공공예절을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런 방송이 흘러나올 때 나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이유는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인지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단 오르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나는 이 방송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이 위치한 라인 계단 곳곳에 담뱃재가 떨어져 있었고, 극도의 담배 냄새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며 이러한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그것은 나에게 극심한 불쾌감을 주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간접흡연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담배 냄새는 정말이지 참기 힘들었다. 열심히 계단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숨이 차기 때문에 많은 호흡을 해야 하는 나에게 담배 연기와 함께 냄새나는 층은 그야말로 화생방 훈련이 따로 없다. 아이를 위해 숨을 참고 가기도 여러 번, 결국 나는 아파트 계단 오르기 운동을 포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루는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우리 집 바로 앞 복도에서부터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났다. 승강기를 기다리는 내내 나는 정말이지 숨이 막히고 불쾌했는데 앞집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나오시더니 또 담배 냄새가 난다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아주머니께서는 집에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종종 열어두고는 하는데 그 때마다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아래층에서 피우는 것 같다며 이걸 어떻게 강제로 피우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어찌할 방법이 없어 그냥 참고 산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서야 흡연에 대한 방송이 자주 흘러나오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많은 주민이 나처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주머니 말처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문제를 강제로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정확히 어느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인지조차 알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그저 우리는 참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 거주지인 아파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에 대한 배려가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행복한 공동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층 더 성숙한 웃음이 넘치는 이웃이 될 것이다. 나는 그러한 날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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