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골마을 가미카쓰초 내년 쓰레기 배출 제로 도전
재활용 체계 세분화·자원순환 노력으로 재활용률 높여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고민 없는 곳이 있을까요?"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인 '가미카쓰초'는 2020년 쓰레기 배출 제로를 앞두고 있습니다. 분명히 우리가 배울 점이 있을 겁니다."

강연에서 만난 홍수열 자원순환시민연대 소장은 망설임 없이 즉각 대답을 줬습니다. '2020년이면 바로 코앞인데, 쓰레기 제로가 진짜 가능하다고?'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떠났습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구불구불한 길,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는 772가구 1525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주민 절반이 65세 이상입니다. 이 마을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81%. '제로(0%)'는 최소화라는 선언적 의미고, 재자원화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100% 분류해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미카쓰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최소화) 운동은 '마을 만들기'로 발전해 결국 마을 브랜드가 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 마을 내 쓰레기 수거장(고미스테이션)을 찾은 주민이 직접 분리 배출을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 마을 내 쓰레기 수거장(고미스테이션)을 찾은 주민이 직접 분리 배출을 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가미카쓰초 마을 주민들은 1990년대 초까지도 집마다 작은 소각장이 있어 비닐부터 타이어까지 대부분의 생활 쓰레기를 태워서 처리했다. 화재 위험이 잇따르자 1998년 도쿠시마현에서 가미카쓰초에 공용 소각로를 2개 설치했다.

하지만, 매번 처리 용량을 넘어서는 쓰레기를 소각하다 보니 2년이 안 돼 1개 소각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소각로 용량을 늘리기에는 쓰레기 양이 적고 재정적 부담도 늘어나 고민이 깊어진 가미카쓰정(읍사무소 개념)은 소각 문제는 주민 의식의 문제라고 인식했다. 마을 주민들은 고민 끝에 2000년 12월 2개 소각로를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쓰레기를 줄여야만 마을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든 것이다.

▲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 고미스테이션은 종이류만 9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 고미스테이션은 종이류만 9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가미카쓰초는 가구·가전을 합쳐 '큰 쓰레기'로 표기한 1997년 9종 재활용 분류 체계를 2001년 35종으로 늘렸다. 2016년 45종으로 늘려 계속 세분화했다. 지금은 종이류만 9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크게 종이류·종이팩으로 분류하고 종이류는 골판지·광고 전단·신문지·랩 심 등 세분화돼있다. 가미카쓰초는 현장에서 오히려 60종으로 더 세밀하게 분류하고 있지만, 한국은 한데 뒤섞여 종이팩 중 70%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미카쓰초는 2003년 '제로 웨이스트 마을'을 선포하고 2020년까지 쓰레기 발생량 제로를 목표로 잡았다. 가미카쓰정은 주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 책자를 제작·배포해 쓰레기 하나하나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나갔다. 소각 시설이 있던 자리에 쓰레기 수거장(고미 스테이션)을 마련해 주민이 스스로 씻고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고미스테이션을 관리하는 위탁업자는 반입된 물건을 압축 포장하고 종류별로 저장장소에 보관했다가 업체를 통해 재자원화하거나 처리한다.

▲ 낡은 기모노와 옷 등을 재가공해 판매하는 가미카쓰초 구루구루공방.    /이혜영 기자
▲ 낡은 기모노와 옷 등을 재가공해 판매하는 가미카쓰초 구루구루공방. /이혜영 기자

가미카쓰정은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들 노력이 눈에 보일 수 있게 환원 서비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미스테이션 제로 웨이스트 카드'를 만들어 분리 배출하는 주민들에게 포인트를 쌓아주고 상품권이나 생필품 등을 교환해준다. 식당과 카페에서도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거나 용기를 가져오는 주민에게 도장을 찍어줘 포인트를 쌓아준다.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이 바뀌자 가연 쓰레기 배출량은 현저히 줄었고 현재 재활용률은 81%를 기록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100%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고민과 생활 방식 변화는 자연스럽게 '재사용'으로 이어졌다. 2006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무료로 나눠 쓰는 '구루구루숍'이 만들어지고 이듬해 낡은 기모노·옷 등을 재가공해 판매하는 '구루구루 공방'이 생겼다. 구루구루는 '빙글빙글' 이란 뜻으로 순환을 의미한다.

▲ 가미카쓰초 마을은 흩어져 있는 고미스테이션과 구루구루숍·공방을 한 곳에 모으고 환경연구 단체와 기업·대학이 입주할 공간인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 가미카쓰초 마을은 흩어져 있는 고미스테이션과 구루구루숍·공방을 한 곳에 모으고 환경연구 단체와 기업·대학이 입주할 공간인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카페, 식당 등 가미카쓰초 내 제로 웨이스트 인증을 받은 7개 매장과 숍·공방·고미스테이션은 세계 각국에서 환경을 고민하는 이들이 찾고 있다. 또 제로 웨이스트 운동은 젊은 층 유입으로 이어져 가미카쓰초 마을은 1500여 명 인구 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주민은 2015년 55%에서 2019년 52%로 줄었다.

가미카쓰초 마을 주민들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고 있다며 사실상 2020년 목표를 앞당겼다고 자부하고 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환경 고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가미카쓰초는 쓰레기 집합소인 '제로 웨이스트 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고미스테이션과 구루구루숍·공방을 한 곳으로 모으고 환경 연구 단체와 기업·대학이 입주할 공간을 마련한다. 쓰레기 처리 문제를 배우고자 가미카쓰초를 찾는 방문객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하고 머물 수 있도록 숙박시설도 같이 짓고 있다.

하찮게 버려지는 쓰레기를 고민하고, 이를 자원화·관광화한 결과물인 제로 웨이스트 센터는 올해 완공돼 방문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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