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우연히 입문
장신 활용한 힘에서 강점
인상 80㎏·용상 93㎏ 기록

늦여름에 찾아간 마산삼진고 역도장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 9일 학생 10여 명이 저마다 바벨을 들고 기합을 넣고 있었다. 그중에 키가 껑충하게 큰 여학생이 머리를 다부지게 묶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봉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마산삼진중 이시원(15) 학생이다. 그러고 보니 역도장에는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앳된 학생들도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진동초·삼진중·삼진고 학생이 모두 함께 역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껑충하게 큰 키가 장점 = 한쪽에선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학생 선수마다 "파이팅", "으라차", "어이" 등의 기합과 함께 원판이 끼워진 역기 봉을 들어 올리고 있다. 무게를 이겨내고 들었던 봉을 '쿵' 하고 내려놓을 때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시원 학생에게 다가갔다. 진지한 얼굴로 바벨을 35㎏에서 60㎏까지 거뜬히 들던 학생은 질문을 하자마자 환하게 웃는다. "손에 하얗게 바르는 게 뭐예요?"라고 하자, "'탄마가루'요"라고 답했다. 탄산마그네슘가루를 '탄마가루'라고 부른다고. 봉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바른 '탄마' 가루가 온몸에 묻어 있다.

시원 학생은 점프를 하지 않고 봉을 드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몸을 풀고 봉을 넓게 잡고 한 번에 드는 인상 동작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인상은 바벨을 지면으로부터 두 팔을 곧장 뻗은 상태까지 들어 올리고 그 상태에서 무릎을 곧게 뻗어 일어나는 경기다. 용상은 바벨을 가슴 위로 올렸다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인 시원 학생은 키가 173㎝로 또래보다 큰 편이었다. 왠지 역도 선수 하면 키가 크지 않고 체중이 무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있지만, 학생 곁에서 학생을 지도하던 코치는 그건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장유리(32) 코치는 "역도 선수는 키가 작고, 살이 있다는 편견이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시원 학생은 키가 커서 힘을 쓰기에 좋다. 기술 훈련, 체력 훈련 등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다.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 지난 9일 마산삼진고 역도장에서 바벨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시원 마산삼진중 역도 선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난 9일 마산삼진고 역도장에서 바벨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시원 마산삼진중 역도 선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초등학교 때 역도 선수로 발탁 = 운동을 언제 시작했을까. 시원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역도 선수로 발탁됐다고 했다. 창원에 있는 고모 친구 분 가게에 놀러 갔다가 그곳에서 지금의 역도 감독을 만나게 됐다. 고모 친구 분 남편이 바로 마산삼진중 한치호(51) 체육교사(감독)였다. 그때 시원 학생은 경기도에서 살고 있었다. 역도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한 교사의 제안에 마산 진동초교로 전학까지 왔다. 한 감독은 진동초·삼진중·삼진고 학교 재단에서 역도 선수 육성을 총괄하고 있다.

한 교사는 "시원이는 힘이 좋고, 운동 신경이 좋았다. 역도선수는 순발력, 스피드, 근력이 중요하다. 근력은 키울 수 있지만, 나머지 순발력, 스피드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역도는 1분 안에 빨리 바벨을 들어 올려야 하는 '스피드 운동'이다. 역도장에 데려와서 테스트를 했었는데, 실력이 좋았다"고 했다.

한 교사는 시원 학생이 15㎏ 봉을 거뜬히 들어 올리고, 18㎏ 봉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함께 운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시원 학생은 한 교사의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다. "평소에 운동을 정말 좋아했어요. 달리기도 좋아해서 학교에서 이어달리기 하면 꼭 뛰었어요. 경기도 초등학교에 있을 때 학교에 기계 체조부가 있었는데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저는 키가 커서 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아쉬웠는데, 역도 선수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해보고 싶었어요."

◇실력은 기록으로 검증 = 시원 학생은 진동초교부터 삼진중까지 벌써 5년간 역도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힘이 들지만 재미가 있다. 시합 나가서 기록이 늘면 기쁘다. 그냥 가서 열심히만 하고 오자고 했는데, 이번 전북 진안에서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69㎏ 체급에서 인상 72㎏, 용상 90㎏을 들어서 인상, 용상, 합계 모두 우승을 했다. "용상을 잘 못해서 그만큼밖에 못 들었어요"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만큼 들어 올린 선수가 유일했기에 우승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인상 80㎏, 용상 93㎏이라고.

시원 학생은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때 2015년 제36회 경상남도교육감배 학교 대항 역도대회 3관왕, 2016년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 3관왕, 제37회 경상남도교육감배 학교 대항 역도대회 3관왕 등을 차지했다.

중학교 와서도 2017년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 3관왕, 제38회 경상남도교육감배 학교대항 역도대회 3관왕, 2018년 경남초중학생종합체육대회 3관왕, 제39회 경상남도교육감배 학교대항 역도대회 3관왕, 제28회 전국춘계여자역도경기대회에서 금 1개, 은 2개, 제32회 전국여자역도선수권대회 3관왕,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금 1개, 은 2개, 제20회 전국중등부역도경기대회 은 3개 등을 잇달아 수상했다.

▲ 이시원 마산삼진중 역도 선수.
▲ 이시원 마산삼진중 역도 선수.

◇국가대표 선수 꿈 = 왠지 무게별 원판을 끼워 바벨을 들어 올리다 보면 다칠 것도 같다고 하니, 그런 사고는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만, 계속 무거운 무게를 감당하다 보니 허리가 아프기는 하다고. 병원 가서 찜질 받고 하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올해 목표를 세워서 지금 부단히 연습 중이라고 했다. 인상 85㎏, 용상 100㎏으로 좀 높게 잡았다고 했다.

매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연습을 하고, 저녁을 먹고 다시 8시부터 9시 30분 정도까지 훈련을 한다고 했다. 매일 5∼6시간씩 운동을 하는 셈이다.

초록색(10㎏), 노란색(15㎏), 파란색(20㎏), 빨간색(25㎏) 원판을 끼워서 무게를 늘려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전 취미는 딱히 없고요. 유튜브로 운동하는 영상 보는 거 좋아해요. 역도는 기본이고, 배구, 복싱, 유도하는 모습을 찾아봐요. 다른 운동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요. (웃음)"

타고난 운동선수다. 그래도 여느 또래 청소년과 다르지 않다. "아 좀 전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 화사의 '멍청이' 노래가 나왔어요. 역도장에서 다들 좋아하는 노래를 트는데요. 전 그 노래 틀어달라고 했어요. 보통 토요일까지 운동을 하는데요. '금박'이 있어요. 금요일까지 운동하고, 외박하는 건데요. 다들 '금박'을 손꼽아 기다려요."

그러면서도 운동에 대해서만큼은 열성적이다.

"저보다 역도 잘하는 학생을 보면 다 닮고 싶어요. 초등학교 동생들 보면, '내가 저랬지' 싶고 잘하는 애들 보면 동생이라도 배울 점이 있어요. 자세가 좋은 동생들, 오빠들 자세를 잘 살펴봐요. 앞으로 삼진고로 진학해서 계속 역도를 하고 싶어요.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도움 주실 계좌 = 경남은행 207-0084-9093-07(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6월 13일 자 드림스타 23편 김지나 남해여중 학생에게 후원금 526만 2000원(BNK경남은행 500만 원 특별후원)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획은 BNK경남은행,경상남도교육청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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