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독재를 종식한 부마민주항쟁이 드디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항쟁 발발 40년 만의 일이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에서 시작된 부마민주항쟁은 18일 마산으로 확산되어 청년 학생은 물론 소상공인과 노동자 등 일반 시민까지 참여하며 들불처럼 번지다 20일 강제 진압되었다. 여진으로 10·26사태가 터져 18년 유신독재는 종말을 고했고, 부마민주항쟁은 1980년대 민주화의 시원이자 도화선 역할을 했으니 그 역사적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부마민주항쟁을 국가기념일로 삼자는 논의는 3년 전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에 앞서 마산의 항쟁기념사업회는 창원시를 설득하여 마산항쟁 개시일인 10월 18일을 창원시 기념일로 지정하여 2017년부터는 그 정신을 계승하는 기념행사를 열어왔다. 지난해에는 국가기념일 지정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해 60만 명이 참가했으니 국가기념일 지정도 시민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라 자랑할 만하다.

정부는 국가기념일 날짜를 부산에서 처음 일어난 16일로 정하고 올해 첫 공식 행사는 창원(마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시작은 했으되 18일 계엄이 선포되면서 바로 잦아들었던 반면 마산에서는 오히려 더 폭발적이고 자발적인 항거로 전개되었기에 양 도시의 항쟁사를 함께 기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올해 처음 열리는 국가기념일을 맞이하여 벌써 크고 작은 각종 행사가 줄 잇고 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항쟁의 역사와 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음 주부터 아카이브 전국 순회 전시회를 연다. 다큐멘터리도 새로 제작하고 있고 문화행사와 학술행사도 풍성하게 준비하고 있다. 고 유치준 씨가 공식 사망자로 인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참가자와 피해자들 증언집 발간도 계속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국가기념일의 무게가 큰 만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행사도 잘 치러야겠지만 그 이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국가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부마민주항쟁이 과거 속의 사건이 아니라 미래 민주주의 가치의 푯대가 될 수 있도록 벼리는 일에 힘을 모으길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