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 수리비, 보증금 상회…주민들 "납득하기 어려워"
시와 협의 장기화 조짐

창원 부도 민간임대아파트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산정한 수리비가 과도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LH가 사실상 매입 의사가 없거나 창원시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LH는 최근 창원시에 조양하이빌 매입 조건으로 수리비 총 35억 1200만 원을 통보했다. 창원시가 이를 부담하라는 것이다.

시가 통보받은 수리비를 단순 계산하면 가구당 6600여만 원이다.

공공주택 특별법과 국토교통부 '공공주택 업무처리 지침'은 공공임대사업자가 부도 난 임대아파트를 매입할 때 시·군이 5년간 수리비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주택법 등은 부도 임대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수리비를 건물 내·외부, 전기·승강기, 급수·가스·배수 등 시설을 고려해 산정하도록 돼 있다.

◇공시가격보다 비싼 수리비 = LH가 산정한 수리비는 조양하이빌 임차 주민들의 보증금과 맞먹는 수준이고, 공시가격보다도 많다.

임대사업주가 국민은행에 연체금(8억 3000만 원)을 갚지 않아 경매로 보증금을 잃게 될 처지에 놓인 주민들(53가구)은 6400만~7500만 원으로 아파트 임대 계약을 했었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해보면 조양하이빌은 101동(50㎡)이 최저 4600만 원, 102동(59㎡)이 최대 5400만 원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를 사들인 다른 주민들은 대부분 8500만 원에 계약했다. LH가 산정한 수리비 가운데 전용(실내) 부분만 따져도 가구당 4500만 원 정도다. 이를 고려하면 주민들은 LH가 산정한 수리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평균 7000만 원 보증금인 아파트에 6600만 원 수리비를 내놓으라는 것은 어이가 없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한다해도 보통 1500만~2000만 원이면 새집처럼 싹 고칠 수 있지 않나"라며 "LH가 수리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매입 의사가 없거나 창원시가 다 해결하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H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난 3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수리비는 매입 후 관리를 위해 기준에 맞게 산정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다른 지역과 형평성 맞나 = 조양하이빌 수리비는 다른 지역 부도 임대아파트 매입이나 추진 상황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경주 한 민간임대아파트도 조양하이빌처럼 지난 2월 부도가 났고, 주민들의 매입 요청으로 최근 LH가 수리비를 산정해 경주시에 통보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LH가 산출한 수리비는 모두 15억 원 정도다. 가구당 2200만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모두 89가구(35㎡) 가운데 60여 가구에 대한 수리비다. 비교하면 조양하이빌은 ㎡당 130만 원가량, 경주 민간 임대아파트는 ㎡당 62만 원가량이다. 충남에서는 LH가 공주시의 덕성그린시티빌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공주시로부터 5년간 5억 원씩 모두 25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공주시가 내놓은 수리비를 단순 계산하면 가구당 1000만 원 수준이다. 덕성그린시티빌은 2010년 임대사업자가 부도를 내 245가구 주민이 보증금을 잃게 될 처지였다. 덕성그린시티빌은 지난해 LH가 235가구를 낙찰받아 문제가 해결됐다.

다만, 공주시 관계자는 "LH가 처음 내놓은 산정 수리비가 터무니없게 과도했었다. 공주시가 자체 용역을 통해 산출한 수리비와 차이가 매우 컸다. 협의가 오래 걸렸다"고 했다. 창원시 주택정책과는 23일부터 LH와 아파트 수리 관련 공동 실사를 할 계획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LH가 산정한 모든 수리·교체 내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LH와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주거 안정과 불안 해소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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