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 움직임·소리냄 등
신경발달장애 종류 중 하나
조절 안되고 의도성 없어
보호자 과도한 불안보다
바라보는 시선 변화 필요
일과성 틱 저절로 사라져

"이런 개자식!…" 점잖은 중년 남성이 이유도 없이 병원에 들어선 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다 이내 "아, 아닙니다. 고의로 그런 게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사죄한다. 사죄도 잠시 다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하고 만다. 놀람+불쾌의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아저씨에게 다가간 중년 남성은 용서를 바라며 이렇게 말한다.

"사실, 전 뚜렛증후군 때문에 병원에 찾아왔는데, 저도 모르게 욕을 하게 된답니다. 당신한테 전혀 감정이 없으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너 달 전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보았던 연극 <톡톡(TOCTOC)>에 나오는 이야기다.

출연진 6명 모두 강박증(Troubles Obsessionnels Compulsifs·TOC)이 있는 사람들이다. 모든 걸 수치로 환산해 계산해야만 마음이 편한 사람, 세균에 민감해 툭하면 손을 씻고 멸균제를 뿌려야 하는 사람, 선을 밟으면 까무러치는 사람, 방금 한 일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사람, 했던 말은 반드시 한 번 더 해야만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느닷없이 욕설을 내뱉는 인물에게 호기심이 집중된 것은 2년 전 보았던 연극 극단 미소의 <세탁소에는 붕어빵이 있다>에 등장한 주인공과 증상이 겹치기 때문이었다.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증상이 그렇듯 겪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뚜렛증후군이라 불리는 틱 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틱 장애가 있는 이를 만난 적은 없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이런 틱 장애는 흔한 질병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친척 중 한 사람이 자꾸 윙크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틱 장애인가 싶기도 하다.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영재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바쁜 일정으로 만나지는 못했다. 대신 SNS와 메일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아이가 어떤 증세를 보이면 틱 장애라고 알아차릴 수 있나요?

"틱은 반복적이고 참아지지 않으며 목적이 없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소리냄을 말합니다. 얼굴 근육이 움직여져 눈을 깜박이거나 코나 입을 실룩이게 된다든지 머리를 갑자기 뒤로 젖히거나 어깨를 으쓱이는 행동 등이 있습니다. 성대나 소리를 내는 근육이 움직여지면서 반복적으로 기침 소리, 코훌쩍이는 소리, 휘파람 소리를 낸다든지 음절이나 낱말을 반복적으로 내뱉기도 합니다. 틱과 유사한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운동성 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이 많아서 틱과 구분이 필요합니다."

-틱 장애 발생 원인이 따로 있나요? 신체적인 원인과 정신적인 원인 어느 게 더 강한지도 궁금하네요.

"생물학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유전적인 원인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원인으론 보지 않습니다."

-틱 장애가 나타날 때 혹시 예고 행동이 있는지요? 저런 행동을 하는 것 보니 틱이 나오겠네 하는.

"없습니다.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동의 50%에서 틱 장애를 동반하고 강박증이 있는 아동의 30%에서 틱 장애를 동반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산만하거나 강박 행동을 보인다면 30~50%에서 틱이 나올 거라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혹시 말더듬증도 틱 장애에 속하는지? 틱 장애와 비슷하지만, 틱이 아닌 질병엔 어떤 것이 있나요?

"말더듬증은 틱이 아닙니다. 말더듬증은 말의 유창성이나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말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틱 중에서 복합음성틱은 음성이나 단어가 반복적이고 저절로 나오는 것이어서 말더듬증과 비슷해 보입니다만 말하려는 언어와 관련 없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것입니다. 틱과 비슷한 질환에는 운동성 질환, 신경계 질환 등이 있습니다. 그 종류에는 무도증(chorea), 근육긴장이상(dystonia), 상동행동, 강박행동(머리 뽑기), 습관(피부 뜯기, 손톱 뜯기) 등이 있습니다. 특히 머리 뽑기, 피부 뜯기, 손톱 뜯기는 틱이 아닙니다."

-인터넷 자료를 보니 틱 종류가 단순근육, 복합근육, 단순음성, 복합음성틱으로 나뉘던데 가장 흔한 게 어떤 건가요?

"운동틱(단순운동틱, 복합운동틱) 음성틱(단순음성틱, 복합음성틱)으로 나뉩니다. 한가지 또는 소수의 근육이 움직여져 단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를 단순운동틱이라고 합니다. 여러 근육이 움직여지면서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를 복합운동틱이라고 합니다. 단순운동틱이 가장 흔합니다."

-복합음성틱은 연극 작품을 통해 접해 알게 됐는데, 갑자기 무의식중에 나온다기보다 꼭 일부러 욕을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요, 욕을 못 하는 사람도 욕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복합음성틱 중에 외설증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외설적인 몸짓이나 외설 단어가 저절로 나오게 되거나 욕하는 내용의 소리나 단어를 저절로 말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당연히 욕을 못 하는 사람도 욕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틱장애, 유전도 되나요?

"유전율이 높습니다. 가족력도 높습니다. 틱을 보이는 아동이 있다면 그 아동의 1차 가족 구성원의 약 30%에서 틱이 나타납니다.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 한쪽에서 틱이 나오면 다른 한쪽에서 틱이 나올 가능성은 50~100%나 됩니다. 형제의 경우라면 한 아이에서 틱이 나온다면 다른 아이에게서 대략 30% 정도 틱이 나올 수 있습니다."

-틱 장애는 증상별로 치료법이 다른지?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가족들이 틱을 바라보는 시선만 바꾸면 됩니다. 틱을 굳이 의식할 필요 없이 무시하며 지내면 됩니다. 아이보단 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틱 중에서 일과성 틱인 경우는 저절로 없어집니다. 그래서 치료가 필요 없습니다. 틱이 있다고 무조건 치료를 하진 않습니다. 틱이 심하면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 효과를 포장하고 지나치게 상업성을 내세우는 곳이 많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 사람들이 틱에 관해 궁금해할 내용은 어떤 게 있을까요?

"틱은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틱은 성장하면서 나올 수 있는 신경발달장애의 한 종류입니다. 내용에 대해 잘 몰라서 무서워지고 불안해하다 보면 문제를 만듭니다. 틱을 정확히 알고 이해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