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극단끼리 연대해 프로그램 개발, 문턱 낮춘 낭독 공연 참고할 만
대구 대명공연거리…민 주도 관 협력 극장 밀집 이뤄, 각 시·군 분포 도내 실현에는 한계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할 때 조심할 점이 있다. 다른 지역에서 통하는 게 우리 지역에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소극장 활성화 사례를 찾아 부산과 대구를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들도 소극장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건 비슷했는데, 그래도 나름 무언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런 노력의 요점은 '한데 모으니 한결 괜찮더라'다.

◇함께하니 좀 낫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 부산소극장협의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다. 명칭에 부러 '연극'을 붙인 이유는 순수 창작 연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뜻이다.

"부산지역 소극장 연극의 연극 정통성 회복과 양질의 소극장 연극문화의 예술적 순수성 및 창의성 복원을 기치로 발족"했다는 단체 소개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돈만 보고 하지 않는다'는 예술을 하는 사람 특유의 고집 같은 게 엿보이기도 한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상업 공연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1990년대 초에 시작했지만 그동안 협의회가 사라졌다가 다시 또 누군가 나타나 되살리는 과정을 3, 4번 정도 거쳤어요. 그러다 2013년에 다시 힘을 모아서 시작한 게 지금까지 6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강원재 대표의 말이다. 지금 협의회에는 부산 시내 연극 소극장 9곳이 속해 있다. 다들 지역에서 오랫동안 창작 연극을 하는 극단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산 전체 민간 운영 극장이 40곳 이상인 것에 비해 많은 수는 아니다. 그리고 순수 창작극만으로 극장 유지가 힘든 건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 지난 6년간 협의회 소속 극장 2곳이 문을 닫았다.

"아휴 힘듭니다. 극장 대표님들 만나보면 최근에 문을 닫을 뻔한 분들이 계세요. 힘들지만 일 년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다들 하고 계신 거죠."

그나마 힘들면서도 버티고 하는 건 매년 함께하는 협의회 활동들 덕분이기도 하다. 바로 부산 가을연극 페스티벌, 동아시아연극캠프, 여름 창작낭독무대다

▲ 지난해 열린 여름 창작 낭독 공연.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행사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 지난해 열린 여름 창작 낭독 공연.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에서 매년 진행하는 행사다.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가 대만, 일본  단체와 진행하는 동아시아 연극캠프.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가 대만, 일본 단체와 진행하는 동아시아 연극캠프.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올해 7회째가 되는 부산 가을연극 페스티벌은 부산을 대표하는 소극장 연극 잔치다. 매년 여름에 하는 창작 낭독 무대는 정식으로 분장을 하고 무대를 설치하는 공연이 아니라 배우가 대본을 들고 그냥 낭독하며 연기를 하는 방식이다. 이게 나름 재미가 있어 공연 비수기인 8월에 관객들이 가볍게 즐길 만한 거리가 된다

3년째 이어온 동아시아 연극캠프는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대만 타이베이, 일본 후쿠오카 연극 단체와 함께 하는 국제 교류 활동이다.

사실 연극 페스티벌이나 국제 교류 형식은 경남에서도 하고 있다. 다만, 낭독 공연 같은 가볍게 즐길 만한 레퍼토리 개발은 경남 소극장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하다.

◇한데 모으니 훨씬 좋네, 대구 대명공연거리 = '제법 관객이 많은데?'

지난달 초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 어느 지하 극장 입구. 휴가철에다 평일 저녁이라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이 적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대구 남구를 대표하는 예술거리라더니 과연 그럴 만하다 싶었다.

대명공연거리는 서울 대학로만큼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골목마다 극장, 극단 사무실이나 문화공간, 카페가 들어선 게 제법 연극 거리 모양새가 나는 곳이다. 이 거리는 낡은 동네에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며 일종의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다. 그렇다고 관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민간에서 시작해 관이 받아 안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대구 계명대) 이전과 동시에 슬럼화가 시작되었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에 문화적 향수가 있는 곳이라 많은 극단이 집적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소극장뿐만이 아니라 오페라단, 인디밴드 등이 들어서게 되면서 특정 기능이 집적된 거리로 거듭나게 되었고 2010년 소극장 5곳을 비롯해 극단 20여 개가 운집한 연극이 중심이된 대명공연문화거리를 대구시 남구에 의해 선포하게 된다."- 토론 발제문 <대구의 '소극장 운동'과 성과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정철원 전 대명공연문화거리 운영위원장, 극단 한울림 대표, 2018)

▲ 대구 대명공연거리 한 소극장으로 관객이 들어가고 있다. /이서후 기자
▲ 대구 대명공연거리 한 소극장으로 관객이 들어가고 있다. /이서후 기자

현재 우전소극장, 한울림소극장 등 20여 개의 소극장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정도 규모로 극장을 모으는 데는 사실 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했다.

"확실한 소극장 거리와 공연촌을 만들기 위해 소극장 집적화 사업으로 이 지역에 소극장을 만들면 재원을 지원해 주고(공연장 4000만 원) 연습실 및 기존 극장들은 임대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두어 공연하기 좋다는 환경을 만들어 냈는데, 이는 기존 극장들의 적극적인 양해와 양보가 있어 진행될 수 있었다. 또한, 문화재단에선 소극장 특성화 사업을 두어 매년 극장들이 끊이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재정과 일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앞의 글)

이런 노력으로 현재 대명공연거리는 대구 공연문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소극장이 개별적으로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극단마다 공연은 물론 페스티벌 같은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관객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대명공연거리 입구에 있는 대명공연예술센터에는 이런 극단들의 노력이 담긴 포스터들이 가득하다.

▲ 대구 대명공연예술센터 전경. 이곳에는 극단과 소극장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담긴 포스터들이 가득하다. /이서후 기자
▲ 대구 대명공연예술센터 전경. 이곳에는 극단과 소극장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담긴 포스터들이 가득하다. /이서후 기자

대명공연거리는 이른바 소극장 집적화로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이건 대구라는 하나의 도시여서 가능하지 않을까. 비슷하게 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의 활동도 결국 부산이라는 한 도시 안이어서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시군마다 뿔뿔이 흩어진 경남 지역 소극장 현실에서는 실현하기가 만만치 않을 듯하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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