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경쟁력·운영 방식 등
책방지기 진솔한 대답 모음
이익보다 자신만의 신념
지키려 분투하는 모습 감동

어느덧 다시 가을이다. 가게 문을 연 지 일 년 반 정도 흘렀다. 가게에서 하는 업무가 손에 익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들에 작은 루틴이 생겼다. 마치 처음부터 내가 이런 모습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이 생활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이따금 이 공간에 있는 내 모습이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예전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나거나 그때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 만들어낸 이질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책방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생 누군가에게 월급 받는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안정이라 믿었고 안정은 행복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했기에 가능하다면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 내가 어떤 지류를 만나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일까? 때때로 이 모든 상황이 의문스럽게 다가온다.

책방을 오픈하면서 몇몇 지역 방송이나 도서관에서 우리 가게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다.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소규모 책방이라는 점에서 지역 내 몇 안 되는 가게 형태라 특이점이 있기도 했겠지만 다른 면으로는 현실적으로 사업성이 없어 보이는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인터뷰에 포함된 질문들은 거의 비슷했는데 직장생활을 하다가 책방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실제 운영하는 면에서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는지 가능한 솔직하게 답변해주기를 바랐다.

처음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난감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 자체가 특별한 목적이나 의미를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회사생활이 힘에 부쳤고, 한 번쯤은 내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삶을 움직여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무지에 근거한 자신감을 동력 삼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을 털어 이 가게를 냈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가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평소의 나답지 않게 무모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공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현실은 다른데 어쩐지 인터뷰를 할 때나 미래의 서점지기를 꿈꾸며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을 만나면 거창한 명분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에 준하는 근사한 가치가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런 즐거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랬다면 이 가게는 1년을 넘기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가치가 아닌 생존의 개념으로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많이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로컬 숍 연구 잡지인 브로드 컬리의 2호와 3호를 추천하는 것으로 나의 대답을 대신하곤 했는데 내가 했던 대답의 방식이 어쩌면 무엇보다 책방 지기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꽤 괜찮은 답변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 출판사 브로드 컬리의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외 3권. /장참미 시민기자
▲ 출판사 브로드 컬리의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외 3권. /장참미 시민기자

브로드 컬리 출판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을 조명하여 선택과 시도,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한 권의 잡지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독립적인 관점에서 자영업 공간들을 연구하고 대담을 통해 로컬 숍 운영의 솔직한 현재를 탐구한다.

현재까지 5호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 2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1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를 발행했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였는데, 현재 함께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남동생이 당시 서울의 독립출판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나에게 읽어보라고 적극 권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자아실현을 위해 삶의 방향을 조정하고 그로 인한 위험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들의 용기가 새삼 대단하게 여겨졌다. 그 존경스러운 마음 때문에 그들의 인생이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졌다.

그 후, 어쩌다 보니 나는 책방을 열었고, 브로드 컬리에서 나온 잡지들을 모두 입고하여 다시 살펴보았을 때 이 책은 나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되었다. 인터뷰에 담긴 내용들은 낭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일을 하는 면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살아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출판된 5호 잡지 모두 책방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현재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책은 3호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이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의 경우 책 매출 중심의 서점에서 약간은 벗어난, 대안적인 구조를 모색하고 있는 서점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커피나 맥주를 함께 파는 경우부터 디자인 스튜디오나 설계실을 겸하는 경우, 일대일 예약제로 서점을 운영하는 로컬 숍들을 만나 취재했다.

우리 책방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공감이 갔다. 책 판매만으로는 높아지는 임대료와 인건비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방의 성격에 맞는 클래스를 겸하거나 행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 책방을 찾는 손님들 가운데도 그런 부분에서 우려와 불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나와 같은 고민을 먼저 한 이들의 경험담이자 내 앞으로 쏟아지는 많은 질문에 대한 대변인의 역할을 해주었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의 오너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졌던 질문은 소규모 서점의 쓸모, 혹은 가치란 무엇인지, 서점의 매출 구조와 책만 팔아서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거품 없는 대답, 서점을 오픈하면서 많이 듣게 되는 질문과 인터넷 서점에 비교했을 때 작은 서점들이 갖는 아이덴티티에 관한 것들이다.

▲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소규모 서점 창원 오누이북앤샵.  /경남도민일보 DB
▲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소규모 서점 창원 오누이북앤샵. /경남도민일보 DB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다 보면 서점을 운영하는 이유도 방식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통적인 어려움은 있을지 몰라도 운영하는 방법이나 가치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내가 했던 인터뷰들은 거의 모두 책방 오픈 초기에 제안받은 것들이었다. 물론 그때는 그 나름의 가치와 이유가 있었겠지만 돌이켜보면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일들과 가게를 운영하는 과정 속에서 변화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전혀 포함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도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나는 아직도 여전히 내가 한 시도가 어떻게 끝나게 될지, 진행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변했고 앞으로도 많이 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의 경우 독자로 하여금 일정 기간 자신이 한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답변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듣지 못했던, 정말 궁금했던 작은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일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잡지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아름다운 부분들, 가치를 두는 부분들이 다를 수 있고 그것을 감히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그런 면으로 보자면 지금의 나는 책방을 열었을 때의 모습보다 단언컨대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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