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활약한 승병장 충절 기린 사당 절에 갖춰
여인 밟는 사천왕 사연 등 학생 스스로 문답하며 각인

밀양에 사는 학생이라면 표충사는 누구나 한 번은 가 본 곳이다. 밀양 도심 가까이에 있는 멋진 절간이다보니 부모랑 손잡고 가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소풍으로 다녀오는 명소인 것이다.

그런데도 표충사의 특징이 무엇이냐 물으면 "풍경이 멋져요"나 "경치가 아름다워요" 이상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어쩌다 "사명당이요" 하고 답하는 학생이 있으면 바로 상품권을 선물로 주면서 아주 훌륭하다고 추어줄 정도다.

◇불교와 유교의 공존

표충사는 이처럼 사명당을 위하는 절간이다. 사명당은 임진왜란을 맞아 승병장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일본에 건너가 조선인 포로를 3000명 넘게 구출해오기도 했다. 표충사에서 표충은 이런 업적을 남긴 사명당의 나라에 대한 충성을 표창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통째로 사명당의 충성을 표창하는 절간이지만 여기에 더하여 또다른 표충사까지 하나 더 갖추고 있다. 앞엣것은 불교 절간인 표충사(寺)이고 뒤엣것은 유교식으로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표충사(祠)다.

사당 표충사는 원래는 표충사 중심 건물 대광전과 왼쪽에 나란히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아무리 사명당이 대단해도 부처님과 같을 수는 없다 하여 지금처럼 사천왕문 바깥 아래로 내려오게 되었다. 옆에는 표충서원까지 갖추어져 있어서 표충사는 보기 드물게 불교 울타리 안에 유교 건물을 끌어안은 경우가 되었다.

유교식 건물은 사당 표충사 말고도 하나 더 있다. 최근에 웅장하게 들여세운 일주문을 지나면 표충사 현판이 커다랗게 내걸린 높다란 다락집이 나오는데 오른쪽 옆에 조그맣게 적힌 이름이 수충루(酬忠樓)다. 수충은 충성을 표창한다는 표충과 비슷하게 충성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 유교식으로 사명당 제사를 지내는 사당 표충사 앞에서 학생들이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훤주 기자
▲ 유교식으로 사명당 제사를 지내는 사당 표충사 앞에서 학생들이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훤주 기자

◇사천왕 발 아래 여자가

사당 표충사와 표충서원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사천왕문이 나온다. 계단 양쪽에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잔뜩 물고 있어 풍치를 한결 더해준다.

여기 사천왕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표충사 말고 다른 데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왼쪽에 있는 두 천왕이 예쁜 여자를 발 아래 깔아누르고 있는 것이다. 표정이 우락부락한 사천왕은 요즘 말로는 개과천선한 조폭쯤이 된다. 원래는 악귀였지만 부처님한테 감화되어 부처님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그러면 나쁘고 험악한 존재, 대부분 남자로 표상되는 그런 존재를 제압해야 할 텐데 왜 하필 미녀를 이렇게 하고 있을까? 여러 얘기가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는 이렇다. 본인 의도와는 무관하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죄악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는 이로 하여금 원죄를 인식시키는 장치로 스스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살자는 뜻이란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무심하게 여기를 넘나들지만 이를테면 미녀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엄청 크게 있었으니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닌 듯하다.

▲ 학생들이 사천왕 발에 깔린 여자 형상을 확인하고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훤주 기자
▲ 학생들이 사천왕 발에 깔린 여자 형상을 확인하고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김훤주 기자

◇멋진 경치를 우화루 한자리에서

표충사는 경치가 아주 멋지다. 재약산 흘러내리는 두 물줄기가 합해지는 자리여서 아주 널찍하고 아늑하다. 그래서 깊은 산중에 들어 있다는 느낌이 거의 없는데 둘러싼 산세를 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높다랗게 이어지는 것이 더없이 아름답다. 널찍한 마당도 나름 울림과 느낌이 있고 바로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도 눈감고 귀 기울이면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어울리는 느낌이 명랑하고 다채롭다.

우화루(雨花樓)에 오르면 이런 멋진 풍경과 느낌을 한자리에서 오롯이 누릴 수 있다. 사당 영역 다음으로 사천왕문을 넘어 삼층석탑이 놓여 있는 정갈한 마당을 걸어서 배롱나무와 매화나무를 스쳐지난 다음 신령스러운 우물 영정에서 약수를 머금으면 눈 앞에 나타난다.

중심 전각인 대광전에서는 석가모니를 비롯한 세 분 부처님이 좌정하고 있는데 우화루는 그 맞은편에서 공간을 모조리 비운 채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까 부처님을 향하여 사방 열려 있는 건물이 우화루이다.

우화(雨花) 그러니까 꽃비는 불교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뜻한다. 맞은편 대광전에서는 부처님 말씀이 우렁우렁 울려나온다면 우화루에서는 대중들이 올라앉아 그렇게 쏟아지는 꽃비를 있는 그대로 맞이하는 셈이다.

이렇게 우화루는 대광전과 짝을 이루지만 우화루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심하게 넘긴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는 일행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거나 멀리가까이 눈길을 던지며 풍경을 감상한다.

밀양청소년희망탐방대가 표충사에 걸음하면 꼭 내어주는 미션이 있다. ①이런 표충사의 특징을 찾아 인증샷 찍기 ②궁금한 하나를 찾아 질문 만들어 오기 ③독특한 한 군데를 찾아 자세히 그리기다.

앞에서 선생님이 설명을 하고 뒤에서 따라다니며 학생들이 그것을 듣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지루하다. 이렇게 재미를 더하고 동기를 부여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다닐 수 있도록 하면 아이들 몸과 마음에는 표충사가 더욱 뚜렷하게 새겨지기 마련이다.

마무리는 대체로 우화루에서 한다. 아이들이 만들어온 질문을 갖고 묻고 답하기를 하면 일방적으로 설명할 때보다 훨씬 더 집중한다.

이어서 자세히 그리기에 대해 품평을 하고는 마지막으로 그림을 잘 그린 학생과 질문을 잘 만든 학생에게 상품권을 선물한다.

△후원: 밀양시청

△기획·주관: 밀양교육지원청·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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