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다고 함부로 설치면 시민 위험
주권 지키기, 지속적 관심에서 출발

중학생 때다. 1992년 어느 날이지 싶다. 마산 어느 낯선 골목에서 처음으로 돈을 뺏겼다. 서너 살 많은 '그들'에게 둘러싸였다. 꼼짝없이 털렸다. 도망갈 기회를 노려봤지만, 양 '길목'을 떡 하니 막고 있으니, 이내 절망감이 몰려왔다. 그나마 어머니가 주신 용돈 3000원을 신발 '깔창'에 숨겨뒀었는데, '그들'은 비웃으며 "10원 나올 때마다 쎈팅(주먹으로 얼굴을 때림) 10대다"라고 겁을 줬다. 얼른 "죄송합니다" 외치고 신발을 벗었다.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때 당한 일이다. 당시 대통령이 거창하게 '국가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소탕해나가겠다'고 장담했건만, 돈 없고, 힘없는 노약자, 여성, 학생들이 주로 걸어다니는 골목과 길목은 안전하지 않았다.

'경남의 골목과 길목'은 어디일까. 경남도와 도의회, 시·군과 시·군의회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처리되는 일은 대부분 내 주변, 내 이웃과 관련된 일이다. 그런 만큼 온갖 정보들이 모인다.

과연 '경남의 길목'은 잘 지켜지고 있는 걸까. 의원이라는 '완장'을 찬 또 다른 '그들'이 설치는 건 아닐까. 물론 시민들 '알 권리'를 위임 받은 기자들이 '감시견'을 자처하고 '몸부림'은 치지만, 한계가 많다.

지난주 열렸던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 때 한국 기자들의 밑바닥 수준을 다들 보시지 않았는가. 더구나 지금 지역언론들은 '생존'이라는 핑계로 자치단체 등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 나날이 느는 건 '우라카이(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바꾸어 자신의 기사로 만드는 행위)'요, 형편없는 실력은 '진영논리'로 가리거나 꾸밀 뿐이다.

갈수록 전문화되는 세상이건만 자기 출입처 발생 기사에 허덕이다 오늘도 해가 저문다.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시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경남이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노동자와 농민의 살림이 확 펴진 것 같진 않다. 어차피 정치라는 건 평균적 인간이 가진 한계 위에서 실천될 수밖에 없다. 도내 모든 자치단체, 의회를 감시하는 게 어렵다면, '감시의 과녁'을 조금만 더 좁혀보자. 경남도의회만이라도 제대로 시민들이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 어떨까.

누가 뭐래도, 이 세상의 주인은 주권을 가진 이름 없는 시민이다.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 등장하는 '고관대작'도, 온 나라를 누비는 언론도 따지고 보면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권자를 대신해 국정을 집행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일을 할 뿐이다.

주권은 소중한 것이다. '땡처리'도, 그리고 끼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권은 선거철에만 행사되는 게 아니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행사되고 되어야 하는 게 주권이다. 다시, 행정과 의회를 제대로 감시하자. 경남의 길목을 우리 스스로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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